미국 하버드대 출신인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자신의 회사 주가가 실적대비 얼마나 저렴한 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지목된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면서 최 대표의 성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성과는 좋은 편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네이버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원과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수치 모두 최근 3년 연속 상승세다.
그의 재임 기간 중 네이버의 실적은 계속해서 상승했고 저평가에 대한 확신으로 최 대표는 자기 회사 주식(자사주)을 꾸준히 사모으며 주주환원 의지를 드러냈으니 최고경영자(CEO)로서 할만큼 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주가 최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인 현 주가에 만족하기는 커녕 불평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주가 반등을 기다리면서 버티기엔 배당금이 ‘쥐꼬리’ 수준이라는 것. 개인 투자자들이 몰린 국민주 치고는 주주환원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에만 연결 기준 매출이 5조1000억원을 넘겼다. 하반기 포함 연간 예상 매출이 10조원이 나오는 이유다. 2023년에는 약 9조7000억원이었다. 이같은 네이버의 실적 증가는 전자상거래(커머스)가 핵심이다. 커머스 사업 덩치는 최 대표 체제에서 2배 가량 증가했다. 네이버는 원래 검색(서치플랫폼) 사업에서 국내 최강자인데 이제 커머스라는 날개를 하나 더 단 셈이다.
2024년 9월까지의 누적 매출 기준 네이버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서치플랫폼과 커머스가 각각 37%, 27%로 ‘투톱‘ 구조다. 나머지 사업으로는 핀테크와 콘텐츠, 클라우드 등이 있는데 그 비중이 20%를 넘는 곳은 없다. 증권가 관계자는 “원래 잘 나갔던 네이버의 검색광고는 계속해서 좋을 것이고 커머스의 경우 국내 쿠팡과 알리 테무 등 중국 경쟁자의 위협에도 성장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에 ‘포시마크’ 인수합병(M&A)이란 착시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포시마크는 북미 최대 개인간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으로 ‘미국판 당근‘으로 불린다. 그러나 포시마크를 제외해도 네이버의 커머스 매출은 증가세다. 게다가 향후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실적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늘어날 사업부문은 커머스다. 이는 이미 미국의 메타플랫폼이나 아마존이 증명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 국내 우량 기업들이 최근 1년새 마진이 하락세인 것을 감안하면 네이버는 정반대로 계속해서 마진이 높아지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은 15.6%였는데 올 9월 이익률이 19.3%까지 높아졌다. 이는 광고와 커머스의 상승과 함께 네이버의 꾸준한 비용절감 활동이 통했다는 증거 중 하나다. 네이버는 굵직한 투자를 서서히 마무리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네이버 수익성의 정점은 내년 초 별도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이 될 전망이다. 내년 1분기 중에 독립적인 커머스 앱을 출시한다는 것. 기존에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온라인 쇼핑으로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네이버가 개발한 쇼핑 앱을 소비자들이 다운받는 식으로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관계자는 “쿠팡 앱처럼 네이버도 별도 앱으로 쇼핑과 소비자 데이터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자신의 구독모델(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할 경우 공짜로 넷플릭스(광고형 멤버십)를 볼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네이버도 구독경제를 통해 자신들의 생태계에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 향후 수익모델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좋아지는데 주가는 저평가 상태인 것은 국내 주식 모두의 문제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실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회사 임직원들이 아닌 개인 주주들이기 때문에 회사는 애써 외면 중이다. 네이버가 지난 3분기에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주고 긍정적 전망이 더해져 최근 한달새 주가는 10%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사상 최고가 대비해선 여전히 55%나 하락한 상태여서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8.59배다. 같은 업종내 글로벌 기업 대비 최대 20%나 할인된 주가 수준이다. 구글의 경우 21.55배다. 네이버가 주식시장에서 ‘찬밥’ 신세인 이유는 미약한 주주환원에 있다는 분석이다. 최 대표 체제 속에서 네이버의 주주환원은 크게 세 가지다. 잉여현금흐름(FCF) 중 최소 15%는 현금배당하겠다는 것과 자사주 3%를 3년내에 모두 소각하겠다는 것이며 마지막이 올 들어 별도로 자사주 1.5%를 매입해 소각하는 ‘특별프로그램’이다.
앞선 두 가지 주주환원은 작년 5월 8일 나온 중장기 계획이고, 마지막 특별 프로그램은 지난 9월30일 나온 깜짝 발표였다. 그러나 현 주가 수준은 최근 한달간의 반등세에도 2023년 주주환원 발표 당시에서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이는 네이버의 주주환원이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대표적 증거다. 일단 FCF의 15~30%를 배당하겠다는 첫번째 환원 정책부터가 주주들의 성에 차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FCF는 순이익에서 운전자본증가와 자본적 지출을 빼고 남는 돈이기 때문에 통상 순이익 보다 낮다. 그래서 국내 일부 우량 상장사는 배당을 할때 FCF가 아닌 순이익 기준으로 배당 정책을 펼친다. 작년 말 현대차가 중장기 현금배당 정책 기준을 FCF에서 순이익으로 변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종이 다르긴 하나 네이버에 비해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크게 올라갔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중을 뜻하며 실제 상장사의 배당 의지를 보여준다. 현대차는 순익의 25%를 배당으로 풀겠다고 발표했고, 실제 작년에 배당성향 25.1%를 기록하며 약속을 지켰다.
네이버의 다소 애매한 배당정책은 배당성향이 17.9%(2023년 기준)에 그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아무리 회사가 탄탄해도 FCF는 비용과 지출이 많을때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는데 현대차도 그랬다”며 “네이버의 배당정책은 FCF가 마이너스로 전환시 배당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고 전했다.
네이버의 자사주 소각 발표도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자사주 매입 소각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발표하려면 기존 유통 주식에서 얼마만큼을 새로 사들여 소각하겠다는 식의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네이버의 자사주 소각 계획은 이미 갖고 있는 자사주 8% 중 3%를 매년 1%씩 없애겠다는 식이어서 새로운 주주환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 특별 프로그램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는 것도 투자자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 9월 네이버는 4000억원 어치 돈을 투입해 자사주를 사들인 후 없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를 올려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같은 자사주 매입액은 네이버 시가총액의 1% 수준으로, 매년 시총의 3~5%씩 자사주를 사들이는 애플 등 빅테크와 비교할 때 초라한 수준이다. 실제 이같은 자사주 특별프로그램 발표 직후 네이버 주가는 되레 하락했다.
월가에 정통한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 주식은 매입과 소각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어 새로운 호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가가 잠잠하자 최 대표는 자신이 직접 네이버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자신의 월급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 저평가를 몸소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증권가에 따르면 최 대표는 네이버 주식을 올해 2억원을 포함해 2022년 취임이후 5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이는 오너 이외의 전문경영인 기준으로 국내에서 톱10에 들어가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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