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내 나무 등 1000여그루 피해
막대한 자원 총동원해 코스 정상화
1850년대 조성된 매그놀리아 레인
170여년전 만들어진 오거스타 상징
대회 기간 선수·회원만 이용하는 길
태풍에 꺾이고 부러져 무성함 사라져
다시 ‘목련 터널’ 볼때까지 시간 걸릴 듯


7일(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문을 열자마자 달려간 곳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상징’인 매그놀리아 레인(목련 길)이다. 지난 1850년대에 만들어진 300m 길이의 목련 나무 길은 그 자체로 오거스타 내셔널의 전통과 역사다. 대회 기간 출전 선수와 그린재킷 멤버만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통로. 하지만 올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과 전 세계에서 온 미디어 관계자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매그놀리아 레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남북전쟁 이전인 170여년 전 작은 목련 씨앗을 심어서 길러진 61그루의 목련 나무. 지난해까지 경비병이 도열하듯 길 양쪽에 늘어서 손바닥만 한 이파리로 하늘을 가리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터널 길을 만들어 냈다. 선수들도 이 길을 지나며 “내가 마스터스에 왔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매그놀리아 레인은 오거스타 내셔널 그 자체다.
올해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지난해 9월 오거스타 지역을 강타한 1시속 82마일에 달하는 1등급 허리케인 헬렌(Helene) 때문이다. 특히 경비병처럼 클럽하우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길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가장 큰 나무는 나이테를 드러낸 밑동만 남긴 채 역사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또 반대편의 큰 나무도 큰 가지만 남긴 채 철제 와이어로 단단하게 고정이 된 상태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곳을 지키는 경비원은 “매그놀리아 레인이 이런 모습이 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중간에 있는 나무도 5그루나 새롭게 교체했다. 손상된 가지도 많이 잘라내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은 패트런 스티브 스코트씨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코스를 봤을 때는 완벽하게 복구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손상된 매그놀리아 레인을 보니 안타깝다. 나무가 빨리 건강해져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성함을 잃어버린 매그놀리아 레인. 사실 허리케인 헬렌은 코스도 바꿨다. 당시 골프장 내에 최소 1000그루의 나무가 쓰러졌고, 4~5개 홀은 그린과 코스가 심하게 훼손됐다. 복구 과정에서 손상된 나무를 제거하며 울창한 수풀의 밀도가 낮아졌다.

하지만 오거스타 내셔널은 막대한 자원과 전문 인력을 통해 그린, 벙커, 페어웨이를 손상 없이 복구했다. 예전과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면 코스는 완벽 그 자체다. 대회 측도 지난 3일 마스터스 중계에서 헬렌 피해 전후 비교 영상을 방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역지인 오거스타 크로니클에 따르면 아내 베키 디어든과 함께 골프장에 방문한 오거스타 주민 제이슨 라클레어는 “지금의 코스를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절대 알 수 없다”고 말했고, 휴스턴에서 온 마이크 데커트는 “여기서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 골프장이 피해를 보았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감탄했다.
물론 선수들은 미세한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회 전 코스 점검을 했던 2018년 챔피언 패트릭 리드(미국)는 “확실하게 몇몇 나무가 사라졌고, 정말 빽빽했던 구역이 지금은 나무 사이로 시야가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코스의 난도가 변했을까. 대답은 “아니다”다. 리드는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나무, 시야를 좁게 하는 페어웨이 가장자리의 나무들은 모두 그대로 있다”고 했다. 올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2주 전 코스 답사를 한 뒤 “올해 새로 단장된 그린이 네 곳 있는데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어 “1번, 8번, 15번, 16번홀 그린이 달라졌다”며 “특히 16번홀은 그린 오른쪽 나무 9그루 중 5그루나 사라져 시각적으로 조금 달라 보이긴 하지만 해 질 무렵 그린에 드리우던 그림자가 줄어든 것 외에는 거의 같다“고 말했다.
1등급 허리케인도 ‘완벽’을 추구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의지를 막지 못했다. 제 모습을 되찾은 ‘유리판 그린’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의 그린 재킷 쟁탈전이 펼쳐지는 ‘마스터스 위크’가 시작됐다.
오거스타 조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