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K리그1 무대에 도전하는 FC안양의 수비수 김영찬이다.
2013년 전북현대에서 프로 데뷔 후 수많은 팀에서 활약했다. 대구FC, 수원FC, 부천FC1996, 경남FC 그리고 안양까지 지난 13년 동안 7개 팀에서 몸담았다.
프로 데뷔 후 좀처럼 자리 잡지 못했던 김영찬은 지난 2018년 안양 임대생활을 기점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190㎝에 달하는 큰 신장과 침착한 대인 수비 능력을 통해 팀의 후방을 지켜갔다. 2017년 이후 다수의 시간을 K리그2에서 활약하며 K리그1에 대한 도전의 꿈을 키워갔다.

그러다 지난해 안양으로 완전 이적 후 그 목표를 잡았다. 시즌을 치르며 부상 악재가 있었지만, 선발이든, 교체로든 경기장에 나설 때는 투혼을 보여주며 안양 승격에 큰 힘을 보탰다.
이후 안양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안양에서 제대로 둥지를 튼 만큼 김영찬은 8년 만에 바랐던 K리그1 무대에서 안양과 함께 비상(비상)을 꿈꾼다.
■ 다음은 FC안양 수비수 김영찬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Q. K리그1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어떤가
태국에서 훈련을 잘하고 돌아왔다. 남해에 오니 많이 춥더라. 개막 전까지 다치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Q. 지난 시즌에도 비법 노트를 애용한 안양이다.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
노트 첫 페이지에 ‘6강’이라고 적혀있다. 파이널A로 향하기 위한 승점부터 세세한 부분들이 모두 적혀있다. 저도 프로 13년 차인데 이런 노트는 처음이다. 지난 시즌 많이 도움이 됐다. 그동안 축구를 하면서 정리되어 있던 것들을 다시 새기는 기분이었다. 더 확실히 들어왔다. 비법 노트를 갖고 있을 때마다 자주 읽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운동 나가기 전에 늘 한 번씩 더 챙겨봤다.
Q. 지난 시즌 안양 승격 주역이다. 다만, 시즌을 치르면서 부상으로 이탈했던 기간이 있었다. 아쉬움도 있을 것 같은데
너무 크다. 연습을 하다가 다친 것이 아니라 경기 중에 부상에 대한 느낌이 와서 손을 들고 스스로 나오던 상황이었다. 중앙 수비수 포지션은 잘 교체되지 않는 편인데 저 때문에 교체 카드 한 장을 쓴다니 죄송한 마음이다. 그동안 우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아프고 미안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재활 후 출전했다. 팀이 연패에 빠진 적도 있지만 (이)창용이 형을 비롯한 고참 형들이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줬던 것 같다.

Q. 우승 이후 좋은 리클라이너를 구매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야기인가
종아리를 한 번 다친 적이 있다. 피가 잘 안 쏠리게 다리를 쭉 뻗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리클라이너를 사고 싶었다. 처음에는 아내가 ‘굳이 살 필요가 있나’는 반응이었다. 쇼핑하면서 구경을 한 적이 있는데 아내와 제가 그 매력에 푹 빠졌다. 가격을 보고 물러섰다. 당시에는 제가 계약 기간이 1년이었고, 제 자신한테도 동기부여를 심으려고 그랬던 것 같다. 아내한테는 ‘안양이 우승하고, 재계약하면 사줄게’라고 했다. 그렇게 동기부여를 삼고, 아내도 많이 응원해 줬다. 우승하고, 재계약 확정 후 함께 바로 리클라이너를 사러 갔다(웃음).
Q. 리클라이너가 큰 기폭제가 됐을 것 같은데
아내와 함께 한 팀이 됐다. 가족이 그렇게 하나가 되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집에 놓인 리클라이너를 보면 우승에 대한 기억도 있고, 우승 보너스 같은 기분으로 애용하고 있다.
Q. 다시 K리그1 무대를 밟게 됐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무조건 1부에서 뛸 거야!’라는 마음들이 점점 무뎌지던 상황이었는데, 감독님과 팀을 잘 만나고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이게 무슨 횡재지?’라는 기분이다. 선수라면 1부 무대에서 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너무 기쁘다.
Q. 2018년도에 임대로 안양에 왔다. 첫 안양과 두 번째 안양은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당시 구단주가 최대호 시장님이 아니셨다. 지금은 구단주부터 축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다 보니 확실히 다른게 느껴진다. 시설에 대해 항상 관심가져 주시고, 선수들에게 늘 밥 사주시면서 표현해 주시려고 한다. 어쩌면 그냥 지나쳐도 될 일에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신다. 안양은 원래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잘 잡혀있었다. 요즘 그런 부분이 더 끈끈해진 것 같다.
제 고향이 안양이다. 선수를 하면서 막연하게 언젠가는 안양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안양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었다. 진짜 올 수 있어서 기뻤고, 언제나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던 팬들이 나를 응원해준다고 생각하니 더 힘이 됐던 것 같다.

Q. 개막이 얼마 안남았다. 개막 후 쉽지 않은 일정이다. 첫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 울산HD인데 어떤가
처음 대진표를 받고 ‘확실히 2부와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2부 팀들도 얕잡아 볼 수 없지만, 다른 느낌이 들었다. 처음 대진표를 보고 힘들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반대로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다. 시즌 초반에는 100%인 팀이 많지 않다. 서로가 100%가 아닐 것이다. 많은 변수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확률적으로 바로 만나는 게 나을 수 있다.
Q. 2라운드 FC서울, 3라운드 광주FC 원정이다. 축구연맹이 가혹하게 일정을 짰다고 느꼈을 것 같은데
‘아, 1부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려고 하는구나’하고 선수들끼리 많이 이야기 했다. 그래도 초반에 만나는 것이 좋다는 생각들이 다수다. 작년부터 다져놓은 모습들이 있기에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1부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설렌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기에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알고 싶다.

Q. 가족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장인어른(개그맨 이경규)가 K리그1에서 뛰는 것에 자랑스러워할 것 같은데
처음에 아버님꼐서 ‘선수가 어디서든 뛰는 게 중요하다’고 해주셨는데, 점점 ‘1부로 가야지?’라고 하시더라(웃음). 진짜 승격하고는 팀원들만큼 기뻐해 주셨다. 이번 시즌에는 큰 부담을 안 주시려는 것 같다. 배려해 주고 계신다. 요새는 제 건강을 많이 챙겨주신다. 전지훈련 때는 어땠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봐 주신다. 워낙 축구를 좋아하신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한 부분이다.
Q. 아내는 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요즘은 어떤가
축구에 대한 관심도는 똑같다. 경기 규칙에 대해 어려워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게 좋다. 제가 ON & OFF가 확실하다 보니 배려가 된다. 서운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아내는 축구에 대해 더 알고 싶은데 제가 안 알려줬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선수 아내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저보다 더 많은 것을 배려해 주고 있다. 너무나도 고맙다. 이길 때는 같이 기뻐해 주지만, 지면 집에서 눈치 보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Q. 좋은 장인어른, 아내가 옆에 있어서 너무나도 큰 축복일 것 같은데
그렇다. 결혼 전까지는 부모님만이 ‘내 편’이엇는데, 결혼 후에는 ‘내 편’이 더 많아졌다. 제가 실수를 하든, 잘하든, 이기든, 지든, 항상 격려하고, 응원해 준다. 덕분에 안정감이 생기고, 책임감도 늘어나고 있다.
[남해=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