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AG 피겨 女 금메달
개인 최고 총점 기록 경신
세계 1위 사카모토 따돌려
최다빈 이어 두 번째 정상
드레스 비싸 어머니가 제작
직접 해준 반찬도 큰힘 보태
개인 최고 총점 기록 경신
세계 1위 사카모토 따돌려
최다빈 이어 두 번째 정상
드레스 비싸 어머니가 제작
직접 해준 반찬도 큰힘 보태

'내면의 속삭임(Whisperers from the heart)'에 맞춰 완벽한 연기를 펼친 그는 꿈에 그리던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새로운 아시아 피겨 여왕이 돼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그는 세상에서 제일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감격해했다.
김채연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9.07점, 예술점수(PCS) 68.49점을 합해 147.56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71.88점까지 더해 총점 219.44점을 기록한 김채연은 2위 사카모토 가오리(일본·211.90점)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김채연은 "언젠가는 동계아시아게임과 같은 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꿈이 이루어졌다.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이번 대회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김채연은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을 기록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날 김채연이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자리한 선수가 세계 랭킹 1위이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사카모토였기 때문이다.
더블 악셀과 트리플 루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첫 단추를 잘 끼운 김채연은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실수 없이 수행했다. 트리플 살코도 깔끔하게 성공한 김채연은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최고 난도인 레벨4로 처리했다.
10%의 가산점이 붙는 연기 후반부에도 김채연은 빈틈이 없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뛴 그는 스텝 시퀀스에서도 레벨4를 받았다. 여기에 플라잉 카멜 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도 모두 레벨4로 처리하며 관중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총점 219.44점은 김채연의 개인 최고점이다. 지난해 11월 2024~2025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작성한 208.47점을 크게 뛰어넘은 김채연은 양손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체험학습으로 스케이팅장에 갔다가 우연히 접한 피겨에 매료된 김채연은 8년 만에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김채연이 생애 처음 출전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값진 금메달을 따는 데 어머니 이정아 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씨는 김채연이 입는 피겨복을 직접 제작하고 현지에서 명이나물 반찬을 만드는 등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채연은 "피겨복을 입을 때마다 힘이 나는데,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줘서 그런 것 같다. 어머니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금메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최다빈이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딴 이후 8년 만에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된 김채연은 이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바라본다. 김채연은 한국 선수로는 2010년 밴쿠버 대회의 김연아 이후 두 번째 동계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임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