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디자인과 자연을 닮은 뉴트럴한 컬러, 섬세한 테일러링…. 트렌디한 골프웨어 패션의 홍수속에서도 차별화된 스타일과 고퀄리티 소재로 자신만의 존재감을 만들어가고 있는 브랜드 더시에나라이프의 수장 남훈 대표를 만났다.

코로나19 특수로 급성장했던 골프웨어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역시 10개 넘는 신규 브랜드가 론칭된 한편,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무너지는 브랜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기존 골프웨어 브랜드뿐 아니라 해외 유명 라이선스 브랜드조차 전개 1년 만에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오션 속에서도 뚜렷한 정체성과 스타일로 두각을 나타내는 신규 브랜드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탈리아 감성의 프리미엄 브랜드 더시에나라이프는 그중 하나다.
더시에나라이프는 지난해 7월 리조트 사업을 전개하는 더시에나그룹에서 론칭한 골프&리조트 웨어 브랜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의 도시 ‘시에나’의 자연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으며, 골프뿐 아니라 휴양지와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한다. 이탈리아를 베이스로 하는 만큼 브랜드를 이끄는 수장은 이탈리아 패션 전문가로 통하는 남훈 대표다.
남 대표는 한국 남성 클래식 복식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캘빈클라인, 던힐 등의 바이어를 거쳐, 삼성물산 란스미어 총괄, 신세계인터내셔날 맨온더분 등 남성 편집매장 디렉터를 지내면서 남성 패션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국내 패션계에서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더시에나라이프 브랜드의 룩만큼이나 명징한 이미지의 남훈 대표를 더 시에나 청담 라운지에서 만났다. 더 시에나 청담 라운지는 제주에 위치한 더 시에나 리조트&골프 멤버십 회원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그와 나눈 골프웨어 시장 전망과 더시에나라이프만의 강점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

골프웨어 시장이 정점을 찍고 레드오션이 된 상황에서 더시에나라이프를 론칭했다. 시장이 레드오션 이라는 건 어느 정도 맞다. 그동안 코로나19 특수로 골프웨어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진성 골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골프웨어도 여러 방향으로 진화해나갈 거라 생각한다. 그 속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프리미엄 골프&리조트 웨어 시 장은 의미 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생각하나. 10년 전만 해도 호텔은 아무나 쉽게 갈 수 없는 특별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호텔에서 젊은이들이 생일 파티를 할 정도로 일상과 가까운 공간이 됐다. 앞으로 리조트도 그렇게 더 확장될 거라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해도 내 건강과 휴식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렇게 리조트 문화도 확산되고, 더불어 리조트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웨어나 스포츠웨어도 증가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경제나 골프업계 전망이 더 어두운데. 디벨로퍼의 관점에서 보면 불황은 또 하나의 기회이기도 하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신규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오히려 더 힘들 수 있다.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고 브랜드들이 없어지거나 축소될 때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일지 모를 때를 기다리기보다 행동에 나서는 게 최선이다. 더시에나그룹은 얼마 전 인수한 수도권에 위치한 세라지오GC를 내년에 리뉴얼 오픈하고, 2026년에도 강원도 삼척에 리조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더시에나라이프 골프웨어 역시 생산량을 늘리고 매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더시에나그룹과는 어떻게 인연이 됐나. 그동안 남성복과 편집숍을 전개하면서 조선 팰리스나 제주 그랜드 조선호텔 등 호텔이나 리조트 유니폼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시에나 리조트와 토스카나 호텔의 유니폼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다 골프웨어도 론칭할 계획인데 이탈리아를 잘 아는 사람이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인연이 됐다.
보통 골프장 배경의 골프웨어는 시간이 흐른 뒤 헤리티지를 근간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더시에나는 골프장이 신생 브랜드인 상태에서 골프웨어를 론칭했다. 적당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샤넬 백은 사기 부담스럽지만 샤넬 향수는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더시에나 리조트를 20, 30개 오픈하긴 어렵지만 더시에나라이프 매장은 20, 30개 오픈할 수 있다. 그렇게 더시에나라이프 패션이 더시에나그룹을 알리는 심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브랜드들과 어떻게 차별화되나.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 감성의 골프웨어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유럽에는 골프웨어 전문 브랜드가 별로 없을뿐더러 골프 칠 때 평소 자기가 좋아하는 캐주얼웨어를 입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시에나라이프도 골프의 기능성은 갖추되 일상복으로 입어도 좋은 자연스러운 스타일의 웨어로 만들고 싶었다. 여기에 고퀄리티의 소재를 사용하지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남성복 업계에 있다 골프웨어를 처음 전개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우선 골프웨어에 사용되는 기능성 소재가 굉장히 섬세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면이나 울을 바느질로 박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다. 더시에나라이프는 싸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게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 적절하게 파는 게 목표다. 그래서 제대로 만들어줄 생산 공장, 숙련된 기술자들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리고 기능성 소재를 사용하면서 이탈리아 감성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탈리아 감성은 어떻게 담아냈나. 이탈리아 사람들의 스타일링 감각과 시에나의 자연과 건축, 컬러와 그래픽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탈리아는 개인 건물이라도 국가 자산이기 때문에 외관을 함부로 바꾸지 못한다. 이탈리아 역사가 깃든 자연스러운 건물, 하늘과 자연의 색을 골프웨어에 재현하려고 했다. 숲의 녹색과 땅의 주황색을 주요 컬러로 하되, 여기에 어울리는 아이보리·브라운 등을 더했다.
소재도 캐시미어, 가죽, 모피 등 다양하게 사용하는 걸로 안다. 그동안 이탈리아 브랜드 바잉 경험이 많아서 좋은 소재를 다루는 현지 공장과 연결하고, 선별하는 데 유리했다. 그래서 에르메스 가죽을 사용해 가방을 제작하고, 실루엣을 잡아주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고급 니트나 울, 가죽 등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니트와 캐시미어에 힘을 많이 줬다. 벨기에 캐시미어 브랜드 카셰트(Kachette)와 컬래버레이션해 캐시미어 라인업을 갖추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니트와 골프웨어를 맞춤으로 제공하는 트렁크쇼도 진행했다.
골프웨어 맞춤 서비스는 국내 최초인 것 같다. 영국 왕실 워런티를 가진 웨일스 니트 브랜드 코기(Corgi)의 제품으로 그 고객만을 위해 맞춤 제작해주는 서비스다. 슈트나 재킷이 아닌 캐시미어, 울 니트 맞춤 서비스는 흔치 않은 방식이다. 누구나 입는 기성복이 아닌 골프웨어에 ‘맞춤’이라는 콘셉트를 적용해 고객이 보다 특별하고 유니크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앞으로도 더시에나라이프가 계속 소비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희소한 가치다.
일부 매장에서는 미술 작품도 전시하는 걸로 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고 김창열 화백의 ‘회귀’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계의 거장 야요이 쿠사마의 ‘Red Pumpkin’을 감상할 수 있다. 단순히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작품을 원하는 고객은 소장할 수도 있다.
앞으로 브랜드 전개 방향은. ‘더시에나라이프’라는 이름처럼, 웨어뿐 아니라 화장품, 테이블웨어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우선 보디 제품은 출시돼 리조트와 호텔에서 어메니티로 제공되고 있다. 다른 제품들도 성분과 함께 더시에나라이프만의 감성을 담은 패키지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