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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수백억원 투자…亞골프에 진심인 마스터스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
입력 : 
2024-10-09 06:00:00
수정 : 
2024-10-11 14: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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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시작된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
올해로 15회째, 수많은 아시아 스타 선수 배출해
마쓰야마는 AAC 거쳐 마스터스 챔피언으로 등극
매년 출전 선수 전원에게 항공·숙박 등 경비 지원
우승자는 메이저 마스터스·디오픈 출전권 받아
리들리 회장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돼”
15년간의 꾸준한 투자에 남다른 만족감 드러내
제15회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AAC)이 열린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의 다이헤이요 골프클럽 17번홀 전경. 임정우 기자
제15회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AAC)이 열린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의 다이헤이요 골프클럽 17번홀 전경. 임정우 기자

2009년 시작된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AAC)이 올해로 15회째를 맞았다. 매년 최소 500만달러(약 67억4500만원) 이상을 사용하며 아시아 골프 유망주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줬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과 R&A의 통큰 투자는 결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캐머런 스미스(호주), 김시우, 이경훈 등 여러 아시아 골프 스타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과 R&A가 투자를 아끼지 않는 AAC의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투어 대회 등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골프장과 연습장 등 환경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프로 대회와 가장 차별화 되는 건 출전 선수들의 모든 경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 역시 40개국의 120명의 출전 선수 모두에게 항공과 숙박, 식사 등을 제공했다. 매년 AAC에 많은 비용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최고의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지난 3일부터 나흘간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의 다이헤이요 골프클럽에서 만난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과 R&A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공동 5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한 안성현은 “전세계를 오가며 여러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봤는데 AAC처럼 선수 친화적인 대회는 많지가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엄청난 환대에 감동했다”며 “프로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AAC에 출전하고 싶다. 역대 우승자 명단에도 내 이름을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는 만큼 내년에는 우승을 노려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과 R&A가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주목하게 된 이유는 각국의 골프 산업을 부흥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어서다. 두 단체 모두 스타 선수 한 명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매년 적게는 500만달러에서 많게는 1000만달러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프레드 리들리 회장은 “15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장 달라진 건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들의 실력이다. 이제는 전세계 어떤 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됐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이 소속된 40여개국의 골프 인구와 시장 모두가 2009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AAC)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프레드 리들리 회장. AAC
지난 3일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AAC)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프레드 리들리 회장. AAC

리들리 회장의 말대로 아시아 골프는 지난 15년간 엄청난 발전을 일궈냈다. AAC가 처음 열렸던 2009년까지만 해도 아시아 골프 시장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규모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과 일본은 전세계 골프 트렌드를 주도하는 톱5 국가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도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해나가고 있다.

AAC를 거쳐간 대표적인 스타 선수는 2021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마쓰야마다. 이 대회 2010년과 2011년 우승자인 마쓰야마는 아마추어 시절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경험했던 것을 발판삼아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 정상에 올랐다.

마틴 슬럼버스 R&A 회장은 “우리가 AAC를 개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시아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며 느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면 된다. AAC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효과가 있었다는 게 여러 대회를 통해 증명됐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관계자는 “우리는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매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AC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며 “마쓰야마와 김시우, 이경훈 등처럼 AAC를 거쳐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키우는 게 우리의 목표 중 하나다. 실력 있는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들을 발굴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AAC에 대거 출전하는 만큼 매년 스폰서, 용품사, 매니지먼트, 대학 감독·코치 등이 현장을 찾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용품사 관계자는 “미래의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 명단에 이름을 올릴 기대주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대회가 AAC다. 좋은 선수를 발굴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절대 놓칠 수 없는 대회이기도 하다. AAC는 아마추어 선수 영입 전쟁터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올해도 눈에 띄는 몇몇 선수들이 있는데 경쟁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과 슬럼버스 R&A 회장, 타이무르 하산 아민 아시아퍼시픽골프연맹(APGC) 회장은 AAC가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에서도 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산 아민 APGC 회장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과 R&A는 언제나 새로운 장소를 찾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아시아 어떤 나라에서도 AAC가 개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AC의 역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AAC)이 끝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출전 선수들. 임정우 기자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AAC)이 끝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출전 선수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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