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용품 매출 23% 하락으로 ‘뚝’ 하반기 전망 더 어두워 ①
올해 신제품 드라이버의 경우 테일러메이드 Qi10과 핑 G430이 양강 구도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존커머스에서 공개한 골프존마켓의 1월부터 6월까지의 드라이버 판매 순위를 보면, 테일러메이드 Qi10이 27.8%로 1위를 차지하고, 뒤이어 핑 G430이 25.6%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골프클럽 시장은 2021년과 2022년, 코로나19 특수로 인해 각각 전년 대비 39%와 21%로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고 2022년 하반기부터는 본격화된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으로 시장은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만 해도 브랜드들이 시장의 소폭 성장을 예측했던 것과 달리, 골프 성수기인 4월부터 급격하게 무너진 이후 서서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흐름에 이어 올해 상반기는 더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기업 GfK에 따르면 2023년 오프라인 골프클럽 시장은 7000억 원 규모로 2022년 대비 10% 감소했으며, 2024년 1~5월 감소세가 더욱 커져 2023년 1~5월 대비 23%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 2024’에 따르면, 골프용품 수입액도 지난해 7억2840만 달러(한화 약 1조88억 원)로 2022년보다 17.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용품 수입 규모가 급감한 이유는 골프붐이 꺼지면서 20·30대 골프 인구가 이탈하고, 신규 유입되는 골퍼들이 줄면서 재고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 유통사마다 재고 물량 고심, 이마트는 오프라인 숍 철수
국내 골프유통 시장점유율 1위인 골프존마켓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대부분의 유통사 매출이 떨어졌다. 그래도 골프존마켓은 신규 매장을 오픈하고 온라인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방어를 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재고 부담과 그 처리에 시달려야 했다. 신제품과 함께 가격이 할인된 재고 물량까지 시장에 많이 유통됐다. AK골프 박희철 이사는 “골퍼들이 신제품을 굳이 찾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월 재고 물량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보니 비싼 신제품보다 좀 더 저렴한 지난 모델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유통사에서도 상반기에는 재고 물량 판매에 신경을 썼다”라고 말했다.
골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오프라인 숍 운영을 종료하는 유통사도 있다. 이마트는 올 초 전국 40여 개 골프전문숍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마트가 사상 첫 적자를 내며 실적 부진에 빠졌고, 엔데믹과 함께 골프 시장이 얼어붙자 부실한 오프라인 전문점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골프에 애정이 높아 이마트 스포츠 매장 내 골프전문숍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이마트 골프사업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만 철수하고 온라인 사업은 유지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제품 주문을 받지 않았고, 남은 재고 물량은 이마트 오프라인 숍에서 판매하면서 일부는 SSG닷컴으로 넘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골프클럽 오프라인 시장 성장률┃

■ 테일러메이드 Qi10과 핑 G430 양강 구도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 속에서 주요 상위 브랜드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쏠림 현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3년 10개의 상위 매출 브랜드들이 전체 시장의 79%를 차지했는데, 올해 역시 골프존마켓에서 오프라인 매장 판매 수량을 보면 테일러메이드, 핑, 캘러웨이 등 메이저 브랜드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올해 신제품 드라이버의 경우 테일러메이드 Qi10과 핑 G430이 양강 구도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존커머스에서 공개한 골프존마켓의 1월부터 6월까지의 드라이버 판매 순위를 보면, 테일러메이드 Qi10이 27.8%로 1위를 차지하고, 뒤이어 핑 G430이 25.6%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와 핑의 인기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서 발표한 ‘2024 골프 산업 기획조사 보고서’에서도 나타났다. 골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드라이버 브랜드는 테일러메이드로 14.4%를 차지했고, 핑이 0.9%포인트 차이로 테일러메이드를 추격했다. 특히 테일러메이드의 상승세에는 스타 마케팅의 효과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기준으로 PGA투어와 LPGA투어에서 우승한 선수가 사용한 클럽을 조사해보면 테일러메이드 제품이 단연 많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6승, 로리 매킬로이(Qi10) 2승을 비롯해 넬리 코다가 6승을 거둔 클럽이기 때문이다.
■ 아이언은 브리지스톤 V300 판매율 높아
한편 드라이버가 올해 ‘관용성’을 앞세운 신제품으로 어느 정도 매출 하락을 방어했다면, 아이언의 판매율은 큰 폭으로 감소한 편이다. 아이언은 드라이버보다 교체 주기가 길고, 신제품이 출시돼도 굳이 교체해야 할 이유가 없으면 그냥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AK골프 박 이사는 “지난 몇 년 동안 아이언 판매율이 높았다. 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신규 유입되는 골퍼들이 모두 아이언 세트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규 유입률이 떨어지다 보니 아이언 판매율도 함께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아이언 부문에서 존재감이 강한 브랜드는 브리지스톤 V300과 미즈노 MX-1이다. 골프존마켓 1월부터 6월까지의 판매량을 보면, 브리지스톤의 V300이 25.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판매율에서 브리지스톤이 앞서는 반면, 현재 골퍼들의 아이언 사용률에서는 미즈노가 앞서고 있다. 2024 골프 산업 기획조사 보고서에서는 현재 사용 중인 아이언 브랜드로 미즈노가 19.5%로 2위 브리지스톤(11%)과의 격차는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이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아이언의 교체 주기가 긴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골프공 시장에서는 타이틀리스트가 판매율과 지지율에서 모두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골프유통 관계자는 “볼은 필드를 주로 나가는 골퍼들의 라운드 횟수와도 연결된다. 볼의 판매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진성 골퍼들의 라운드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라고 분석했다.
┃ 골프존마켓 1~6월 오프라인 매장 판매율 ┃

■ 여성 클럽 젝시오 13 강세, 하지만 MZ 여성 골퍼 이탈 많아
코로나19로 골프 인구가 크게 성장했을 때 MZ세대와 여성 골퍼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하지만 증가폭이 컸던 만큼 엔데믹과 함께 이탈률도 높게 나타났다. 한 백화점 업체 관계자는 “골프 조닝에서 VIP 고객들의 소비는 변동이 없었지만, 20~40대의 젊은 층과 여성 고객들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지갑이 얇아진 20~30대 여성 골퍼들의 이탈이 지속되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골프 관련 상품의 판매 게시물이 증가하고, 신규 유입이 줄어든 만큼 이미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클럽의 판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AK골프 박 이사는 “남성 클럽의 경우 7~8월이면 이월 재고 판매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 클럽은 여전히 재고가 많은 편이라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여성 클럽 판매율의 경우, 드라이버는 여성 클럽의 강자 젝시오 XXIO 12와 13이 1위(22.8%)를 지키고 있다. 여성 골퍼들이 자주 사용하는 우드와 유틸리티 역시 젝시오 XXIO가 각각 1위를 지켰다. 하지만 드라이버의 경우 2위인 테일러메이드 Qi10(13.8%)이 점점 격차를 줄이고 있어, 앞으로 테일러메이드가 얼마나 더 여성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지 주목된다.
■ 소비자 신뢰와 구매 편의성 전략 필요
신제품 출시가 적고, 구매율도 떨어지는 하반기에는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 업계의 고심이 크다. 골프유통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더 떨어지겠지만 전년 동기 대비 하락률로 따지면 급격히 빠지는 상황은 아닐 것 같다. 지난해 3월 정도까지는 시장 상황이 좋았다. 4월부터 뚝 떨어지면서 무너졌다. 그렇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하락했지만, 전년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매출이 빠진 상태여서 올해는 10% 언더로 떨어지지 않을까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GfK 마켓 인텔리전스 부문 현병환 담당자는 “골프업계가 코로나19 특수로 기형적으로 성장한 만큼 시장의 하락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향세로 급격하게 전환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세분화되고 골프클럽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도 더욱 다양화됐다.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위 브랜드들은 확대된 판매 채널에서 소비자의 신뢰와 구매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골프웨어는 여전히 거품 빠지는 중 진성 골퍼 위주로 옥석 가리기, 양극화 심화 ②
팬데믹 호황기를 지나 골프웨어에 불어닥친 불황의 바람이 매섭다. 2024년 상반기, 골프웨어는 진성 골퍼 확보에 나서며 도약을 엿보고 있다. 해외 글로벌 브랜드의 신규 골프웨어 론칭 등 훈풍의 조짐도 보인다.

코로나19 특수가 급속도로 꺼지며 골프웨어 시장은 얼어붙었다. MZ세대 골퍼들의 이탈과 경기침체 앞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 2023년. 2024년 상반기 역시 골프웨어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팬데믹 호황기의 거품이 빠지는 ‘조정기’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매출 하락세가 이어지며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 주요 백화점마다 골프웨어 신장률 위축
백화점 골프웨어 매장에 가보면 차갑게 식은 업계 분위기가 체감된다. 우선 골프웨어 조닝 면적이 확 줄었다. 주요 지점마다 대대적인 리뉴얼을 벌이며 골프웨어 강화에 나섰던 몇 년 전과 확연히 대비되는 상황이다.
2024년 상반기 주요 백화점의 골프웨어 매출을 살펴봤다. 전년 동기(1~6월) 대비 매출 신장률은 롯데백화점 0%, 현대백화점 4.8%, 신세계백화점 5.5%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거품이 빠지는 와중에도 몇몇 상위 브랜드의 신장세로 매출 방어가 이뤄졌다.
백화점별 강세를 보인 골프웨어는 주로 프리미엄,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브랜드들이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매장 집계 순위 결과 1위가 지포어, 뒤를 이어 PXG골프웨어,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말본골프, 어메이징크리가 순서대로 톱5에 올라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마크앤로나, 세인트앤드류스, 말본골프, PXG골프웨어 등이 강세를 보였다”고 했고,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제이린드버그, 나이키골프, 테일러메이드어패럴 등 퍼포먼스 골프웨어 중심으로 성장세를 잇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까놓고 보면 현실은 더 혹독하다. 백화점에서 공식 제공한 골프웨어 매출 신장률은 전국 지점과 온라인 및 아울렛 매출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지점 골프웨어 매출만 놓고 보면 여지없는 하락세”라며 “백화점 3사가 10~14%로 두 자릿수 역신장을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신강’, ‘롯잠’, ‘현판’으로 불리는 매출 톱 점포들(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역시 감소세란 전언이다.
┃주요 백화점 2024년 상반기 골프웨어 신장률┃

■ 진성 골퍼 위주의 퍼포먼스, 프리미엄 골프웨어가 강세
팬데믹 특수의 거품이 빠지면서 골프웨어는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시기 골프에 대거 유입됐던 MZ세대 ‘골린이’들이 빠져나가자 골프웨어들은 진성 골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진성 골퍼를 타깃으로 한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올 상반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골프웨어들이 대부분 역신장한 가운데 신장세를 기록한 브랜드들이 그렇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전년 동기 대비 18% 신장했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관계자는 “골퍼들 사이에서 타이틀리스트는 곧 ‘퍼포먼스’라고 인식되고 있다”며 “퍼포먼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고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기에 흔들리는 시장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골프웨어를 본인 과시용 혹은 디자인 중심으로만 선택했다면 ‘기능성 어패럴’에 대한 더 명확한 시장 요구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메이징크리는 주요 백화점 3사에서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며 상반기 두각을 나타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23.7%, 롯데백화점 잠실점 19.6%, 현대백화점 판교점 47.8%, 더현대서울 26.6% 신장세다. 특히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선 지난 6월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어메이징크리 관계자는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를 찾고자 타 브랜드에서 유입된 고객들이 늘었다”며 “2022년, 브랜드가 전년 대비 200% 성장을 기록한 바 있는데 당시 급격히 커졌던 매출 볼륨이 안착하면서 고퀄리티의 상품력과 맞물려 경쟁 우위를 차지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 해외 글로벌 브랜드의 골프웨어 론칭 두드러져
골프웨어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신규 브랜드 론칭은 이어졌다. 특히 올 상반기엔 아이스버그골프, 에코골프어패럴, 언더아머골프 등 해외 글로벌 브랜드의 골프웨어 론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미국 골프데이터테크와 일본 야노리서치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골프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골프웨어 시장점유율은 1위(45%)다. 불경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골프웨어에 있어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란 얘기다.
특히 아이스버그골프와 에코골프어패럴은 론칭 이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며 골퍼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아이스버그골프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청담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스트리트 패션을 차용한 파격적인 스타일에 프리미엄 소재를 접목해 패션에 민감한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 골퍼들을 노렸다. 대중성보단 스타일리시한 무드에 방점을 찍어 기존 프리미엄급 브랜드보다 가격을 5~10% 상향 조정한 점도 눈에 띈다. 아이스버그골프를 전개하는 에이엠씨알 문경덕 이사는 “지난 3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입점에 이어 하반기 4~5개 매장을 더 오픈할 예정”이라며 “올해 시장 반응 테스트 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적인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제이그룹과 에코글로벌이 공동 투자한 에코골프어패럴은 론칭 준비만 2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 에코골프어패럴 관계자는 “글로벌 프리미엄 슈즈 기업 에코의 인지도와 캉골, 헬렌카민스키 등을 통해 쌓아온 에스제이그룹의 브랜드 확장 경험을 더해 긍정적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주요 타깃은 40대 진성 골퍼로 에코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골프 의류에 녹여 편안한 활동성과 기능성, 스타일을 모두 잡는다는 전략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주요 백화점 매장 4곳에 이어 연내 10여 곳으로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에코 글로벌의 유통망을 통해 중국을 비롯 일본, 동남아시아까지 해외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이미 마쳤다.
지난해 론칭한 보스골프도 올해 두 배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보스골프를 전개하는 아이엠탐 마케팅팀 한진아 부장은 “최근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아시아의 허브로 한국을 택하고 있다”며 “한국은 현재 명실상부한 골프웨어 시장의 성지”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먼저 시장 테스트를 한 후 세계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 보스골프는 현재 휴고보스 본사 및 파트너 기업을 통해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반면 골프웨어에서 손을 떼는 글로벌 브랜드도 있다. 삼성물산의 메종키츠네 골프는 2024 S/S 시즌을 마지막으로 골프 라인을 접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애초에 메종키츠네 골프는 테스트 차원의 라인이었다”며 “앞으로 메종키츠네 메인 라인에 역량을 집중해 고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 말했다. 엔데믹 이후 주요 타깃인 20~30대 골퍼들이 크게 줄었기에 굳이 골프 라인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 치열한 경쟁 속 하반기 전망은
코로나19 시기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신규 브랜드 론칭이 봇물처럼 터졌다.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구매 기준은 더 까다로워졌다. 골프웨어 성장 둔화로 치열해진 경쟁 속 관건은 구매력 있는 진성 골퍼의 확보다. 여기에 젝시믹스, 안다르 등 가성비를 갖춘 액티브웨어까지 가세하면서 골프웨어 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한 골프웨어 브랜드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업계 전반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Z세대 골퍼들의 이탈 요인 중 하나가 비싼 골프장 비용이다.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업계 전반의 힘 보태기가 필요하다”라는 자성 어린 의견이다.
그렇다면 하반기 전망은 어떨까. 유통업계는 그래도 올 상반기보단 하반기 신장률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쉽게도 경기 호조에 대한 핑크빛 전망은 아니다. 2023년 하반기 매출이 워낙 큰 폭으로 급감했기에 전년 동기 대비 기저효과를 볼 것이란 예측이다.
-수도권은 10% 미만, 지방은 두 자릿수로 감소폭 커 ③
골프업계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골프장 역시 내장객이 감소하며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골프 인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은 지리적 이점으로 어느 정도 매출 방어를 했지만 지방 골프장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여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엔데믹과 함께 골프업계 불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서 지난 4월 발표한 ‘2023 전국 골프장·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골프장 내장객은 총 4772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내장객 5058만 명에 비해 286만여 명, 비율로는 5.7%가량 감소한 수치다.
스마트스코어에서 발표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내장객 증감 추이 결과도 비슷하다. 코로나19 특수 기간이었던 2021년 한 해 동안 250개 골프장에 방문한 내장객은 약 2856만 명, 2022년에는 약 2907만 명이 방문해 전년 대비 1.8%(50만 명) 더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2023년에는 골프장 내장객 수가 약 26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9.2%가량 감소했다.
■ 수도권은 감소폭 적고, 제주 등 지방 골프장은 위기론
스마트스코어의 조사에서 지난해 지방 골프장 내장객의 감소폭이 컸던 반면, 경기를 비롯해 강원, 충청 등 비교적 수도권과 인접한 골프장의 감소폭은 적었다. 골프장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추세다.
수도권 모 골프장 관계자는 “상반기 동안 수도권 골프장의 경우 전년 대비 7~8%, 많으면 10%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인구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골프 가능 인구 역시 수도권이 절대적으로 많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수도권 골프장 부킹이 어려워 지방으로 향했지만, 지난해부터 골퍼들이 다시 수도권 골프장으로 몰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스코어 관계자 역시 “필드 라운드를 자주 하는 진성 골퍼들과 업무상 네트워킹을 위해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이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골프장을 꾸준히 찾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제주를 비롯해 전라, 경상 등 지방 골프장은 대부분 내장객이 15~2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상도에 위치한 모 골프장 총괄매니저는 “코로나19 기간 수도권 골프장 부킹이 어려워지면서 대안으로 찾았던 지방 골프장들이 올해는 내장객이 감소해 전년 대비 상반기만 15~20% 정도 빠진 상태다. 리조트가 있는 골프장은 그나마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골프장들은 더 힘든 상태다”라고 전했다.
특히 감소폭이 가장 큰 지역은 제주다. 2023년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빠졌던 제주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두 자릿수대로 하락해 위기론이 거론될 정도다. 제주도가 발표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제주 지역 골프장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도내 골프장 내장객은 40만67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만3516명)보다 12.3% 감소했다.
특히 급격한 엔저 하락이 지속되어 일본 골프 비용이 제주도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골퍼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일본 가고시마 사츠마골프&온천리조트를 운영하는 쇼골프 송대근 상무는 “국내 골프 비용이 떨어지지 않는 한 그린피가 저렴하고 노캐디인 일본 골프장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츠마골프&온천리조트만 해도 여름 예약률이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 건설 경기 어려워지면서 골프장 법인카드 매출 비중도 줄어
국내 골프장의 주말 그린피 평균은 2020년 18만1000원에서 2023년 22만1000원으로 4년간 22.1% 상승했다. 여기에 카트비와 캐디피, 식대까지 포함하면 1인당 주말 골프 비용이 40만 원 가까이 든다. 이렇게 높은 비용을 들여 주말에 골프장을 찾는 대부분이 접대골프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2020년부터는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내수경기활성화를 위해 법인카드 업무추진비(접대비) 손금산입(비용 처리) 한도를 높이면서 접대골프도 늘었다. 비용 처리가 가능한 접대비 액수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의 접대 장소가 골프장으로 이동하면서, 한국레저산업연구서에 따르면 2022년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 2조1625억 원이었다. 골프장 법인카드 매출 비중이 27.9%를 기록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육박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속된 경기 악화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골프장 법인카드 결제 제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접대골프 비중도 줄었다. 실제로 2020년 접대비 한도 증액으로 법인카드 매출 성장의 최대 수혜를 입었던 골프장들은 지난해부터 내장객이 줄면서 경영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수도권 모 골프장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 접대골프는 흔한 걸로 안다. 하지만 올해는 건설업계가 위기에 빠지면서 골프장의 법인카드 매출 비중도 확연하게 줄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