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 동점자 쑥
눈치 싸움 치열
의대 증원 여파로
중복 합격자 늘어
서울 소재 대학들
경쟁률은 떨어질 듯
눈치 싸움 치열
의대 증원 여파로
중복 합격자 늘어
서울 소재 대학들
경쟁률은 떨어질 듯

이달 31일부터 시작되는 정시전형 원서 접수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정시 전략을 짜야 할 때가 왔다. 올해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 과목이 쉽게 출제되면서 상위권 동점자가 크게 늘어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의대 증원, 무전공 선발 증가, 사상 최대 n수생(재수생 이상 수험생) 응시 등으로 변수가 많아 정시 지원 전략을 세우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시 지원자들은 각 대학·학과별 환산점수를 잘 살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합을 찾아야 한다. 수험생들이 받는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만 기재되는데 이 중 대학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지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다. 대부분의 대학은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이 수치에 일정 비율을 곱하거나 나눠 대학별 환산점수를 만들어 선발한다.
같은 점수라도 대학별 환산 점수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학별 영역 반영 비율 등을 잘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모집 단위 특성에 따라 특정 과목 성적에 더 높은 비중을 둔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표준점수 총합과 누적 백분위가 같아도 대학별 반영 지표와 반영 비율에 따라 유리한 대학·학과가 달라진다"며 "교차지원이 가능한 현 수능 체제에서는 대학과 학과에 따른 점수 차이가 꽤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수능 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다군 선발 대학과 모집 인원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도 잘 살펴야 한다. 수시 모집과 달리 정시 모집은 가·나·다 모집군에서 군별로 단 1회만 지원이 가능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는 선발 군에 변화가 많아 과거와 다른 수험생의 지원 패턴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무전공 선발이 확대됐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수도권 주요 17개 대학 중 연세대와 중앙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정시 모집에서 문·이과를 통합해 '무전공(유형1)'을 선발한다. 특히 그동안 모집 인원이 적었던 다군에서 무전공 선발이 늘었다. 올해 처음으로 고려대 학부대학(36명)이 다군 모집을 진행하고, 동국대·서강대·세종대·한양대 등도 다군에서 무전공 모집 단위를 뽑는다. 다군에서 상위대학 무전공 모집이 신설되면서 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충원 합격자 양상은 예년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정시 모집에서의 충원 합격은 지원자 심리와 선호뿐 아니라 모집 군 배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충원 합격은 상위 표본에 있는 수험생들이 다른 군 모집 단위에 합격해 빠져나가면서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자신이 지원을 고려하는 학교의 상위 표본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집 단위에 변동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입시업계는 가군과 나군에서 최상위권 대학을 지원한 학생들이 올해 다군에 신설된 고려대 학부대학 등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다군에서 수능 탐구영역을 1개만 반영하는 성균관대도 경쟁률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수학이나 과탐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유불리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많은 대학이 자연계열 모집 단위에서 수학과 탐구영역 선택과목에 제한을 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이 같은 제한을 폐지한 대학이 많다. 수능 선택 과목에 상관없이 인문·자연계열 모두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대학마다 가산점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여전히 수학(미적분·기하)과 과학탐구에 가산점을 줘 계열 간 교차 지원을 어렵게 하는 대학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쉬운 수능에 미세한 점수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보여 지원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올해 수험생들은 상향 지원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험생들이 지원한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 소재 대학의 추가 합격자를 고려한 실질 경쟁률은 최초 경쟁률의 절반인 2.6대1 수준으로 나타났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는 의과대학 모집정원 확대 등 변수로 인해 중복 합격자가 늘면서 서울 소재 대학 경쟁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험생들은 추이를 살피면서 상향 지원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대학마다 정시 접수 마감 일시도 잘 확인해야 한다. 정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원서 접수 기간 후반부에 원서를 내는데, 대학마다 마감 일시가 다르다. 정시 원서 접수 기간은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대부분의 대학은 이 기간에 원서를 접수하지만, 일부 대학은 해당 기간에 3일만 신청을 받는다. 경희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등은 접수 마지막 날인 3일까지 원서를 받지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은 전날인 2일 접수를 마감한다.
[유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