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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홀리는 K예술…'키다리아저씨' K기업

송경은 기자
입력 : 
2024-11-12 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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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T&G 등 515개 기업이
1570건 문화예술사업에 2088억 지원
경기 침체에도 역대 최대 규모 경신
올해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금호아시아나재단
올해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금호아시아나재단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분야의 한국 아티스트들이 국제 무대를 빛낸 한 해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작곡·지휘나 설치 미술, 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순수 문학까지 세계인들을 홀리면서 한국의 문화예술이 한 단계 큰 도약을 이뤘다는 평가다.

올해 1월 한국 작곡가 진은숙은 현존하는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악상이라는 데서 '클래식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독일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올리비에 메시앙,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아네조피 무터,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테너 페터 슈라이어 등 유수 음악가들이 이 상을 받았지만 아시아인의 수상은 진은숙이 최초다.

여성 지휘자 최초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으로 발탁된 지휘자 김은선은 올해 4월 아시아 여성 지휘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을 객원 지휘하기도 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시상식인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쇼팽: 에튀드'로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 젊은 예술가 부문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클래식 음반의 오스카'로 불리는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는 영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1977년부터 해마다 여는 시상식으로 그해 최고로 꼽은 음반에 시상한다. 한국 피아니스트의 그라모폰 수상은 임윤찬이 처음이다.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터빈 홀에서 단독 전시된 이미래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Open Wound(열린 상처)'(2024).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터빈 홀에서 단독 전시된 이미래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Open Wound(열린 상처)'(2024). 현대자동차그룹
이처럼 한국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가 커진 것은 기업들의 지속적인 메세나 지원이 자양분으로 작용한 결과다. 메세나(Mecenat)는 고대 로마제국 정치가로 문예 보호에 크게 공헌한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활동이나 지원자란 의미의 프랑스어로 계승돼 널리 쓰이고 있다. 오늘날 메세나는 국내 기업의 중요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일례로 임윤찬 역시 KT&G장학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세계 무대에 섰다.

올해는 한국 기업들의 후원으로 한국 작가들의 대형 설치 작품이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간판을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제네시스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트너십으로 진행된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첫 작가로 한국 작가 이불이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 이불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정면의 5번가 파사드(건물의 정면 외벽)에 설치 미술 신작 4점을 전시했다.

젊은 작가 이미래(36)는 지난 10월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현대 커미션'을 통해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대규모 전시장인 터바인홀에서 단독 전시를 펼쳤다. 산업화가 남긴 상처를 형상화한 설치 작품 'Open Wound(열린 상처)'(2024)를 선보인 이미래는 이번 전시로 테이트모던 미술관 터바인홀에 작품을 전시한 역대 최연소 아티스트이자 첫 한국 작가가 됐다.



LG전자 후원으로 투명 OLED TV를 통해 구현된 서도호 작가·서을호 감독의 미디어 아트 작품이 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에 전시된 모습.   LG전자
LG전자 후원으로 투명 OLED TV를 통해 구현된 서도호 작가·서을호 감독의 미디어 아트 작품이 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에 전시된 모습. LG전자
국내 기업들의 메세나 지원은 전쟁과 미국 대선 등으로 빚어진 국제 정세의 불안과 경기 침체에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메세나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15개 기업이 총 1570건의 문화예술 사업에 약 2088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6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로, 전년 대비 0.7% 증가한 수치다.

분야별 기업들의 지원은 인프라스트럭처 분야(공연장, 복합문화공간, 미술관 등)가 전체의 57.7%(1205억원)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술·전시(307억원)와 클래식(174억원)이 그 뒤를 이었고, 비주류·다원예술, 영상·미디어,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도 지원이 이뤄졌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KT&G가 가장 많은 지원을 했고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한미약품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 출연 재단 중에서는 삼성문화재단과 LG연암문화재단, 롯데문화재단, 두산연강재단, CJ문화재단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3.7% 감소한 반면, 비수도권 지원 규모는 6.7% 증가해 지역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기업이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하여 문예진흥기금을 추가 지원하는 한국메세나협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 지원 매칭펀드' 사업은 지난해 240건의 기업·예술단체 매칭을 통해 총 62억원을 예술단체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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