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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사하려면 친구라도 팔아야”…공포의 캄보디아, 살아나올 길은

박동민 기자
입력 : 
2025-10-13 14:21:41
수정 : 
2025-10-13 14:36:03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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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에서 캄보디아의 '로맨스스캠 콜센터' 운영 실태가 드러나면서, 해당 범죄 조직이 청년들을 유인하고 강제로 일하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을 비추는 CCTV가 설치된 환경에서 12시간 동안 근무하며, 탈퇴를 원할 경우 친구를 인질로 남기고 돈을 벌지 못하면 야근을 강요받았다.

법원은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피고인의 범행 인정과 경과를 참작해 형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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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로맨스스캠’ 판결문 보니
중국인 총책이 범행 총괄해
지각·조퇴는 벌금, 실적 부진땐 야근
건물 입구 경비원 5~6명 총들고 경계
‘온라인 스캠’ 범죄조직과 전쟁에 나선 캄보디아 당국 합동단속반이 지난 8월 캄폿주에서 펼친 단속 작전에서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로 체포한 중국인 3명. [연합뉴스]
‘온라인 스캠’ 범죄조직과 전쟁에 나선 캄보디아 당국 합동단속반이 지난 8월 캄폿주에서 펼친 단속 작전에서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로 체포한 중국인 3명. [연합뉴스]

‘자신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에서 12시간 근무, 각 층에 경비원들이 총 들고 감시, 귀국할 땐 친구 인질로 남기기…’

국내 청년들을 캄보디아로 끌어들여 현지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들의 단면이 지난달 부산지법의 한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선고된 부산지법 형사3단독(심재남 부장판사) 판결문에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운영된 ‘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 콜센터’의 활동 실태가 상세히 드러나 있다. 심 판사는 콜센터 직원으로 활동했던 20∼30대 한국인 A씨 등 3명에게 범죄단체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징역 2년 4개월∼3년 2개월을 선고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와 관련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와 관련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A씨 등은 지난해 7월 3일부터 24일까지 로맨스 스캠 방식으로 총 13명에게 119회에 걸쳐 5억8000여만원을 범죄단체에 송금하도록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로맨스 스캠’은 SNS 등에서 가짜 여성 사진으로 피해자와 이성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사기 범죄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범죄 조직은 중국인 ‘총책’이 범행을 총괄하며 캄보디아 바벳과 라오스 비엔티안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됐다.

콜센터 직원들은 자신과 컴퓨터 화면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근무를 했다. 지각이나 조퇴 시 벌금을 내야 하고 실적이 부진할 경우 오후 11시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조직은 이탈을 막기 위해 귀국을 원하는 직원에게 친구인 조직원 한 명을 ‘인질’처럼 남게 했다. 한 명이 사무실로 돌아와야 다음 사람이 귀국할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기존 직원이 알음알음 데려온 사람들로 항공권과 숙소를 제공하며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코인 관련 일을 해보자”는 꾐에 속아 일을 시작했다. 조직원 간에는 철저히 가명으로 호칭해 서로의 정체를 알지는 못했다.

사무실 건물 입구에는 현지인 경비원 5∼6명이, 사무실 각층에는 경비원 2∼3명이 총을 들고 경계를 서며 이탈을 방지했다. 탈퇴 의사를 밝힌 조직원에게 미화 1만(한화 1300만원가량) 달러를 벌금으로 내도록 강제했다.

심 판사는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며, 그 조직이 외국에 있어 발본하기도 어려워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죄단체에서 즉시 탈퇴하거나 범행을 중단하지 못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을 감안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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