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뒤늦게 9월에 경보 상향해
“한국인 죽고 나서야 움직인 꼴” 비난
![한국인 납치신고가 330건에 달한 캄보디아.[사진=픽사베이]](https://pimg.mk.co.kr/news/cms/202510/13/news-p.v1.20251013.0a105363e79e4d5b8c18337fa0284b48_P1.jpg)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겨냥한 납치·감금·살해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외교부가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며 신고한 사례는 33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8월까지 납치 감금 신고가 폭증했지만 외교부가 해외여행 안전사이트를 통해 안전 경보를 첫 발령한 날짜는 지난 9월16일이다.
7월말에도 캄보디아 일부 지역의 여행 경보를 상향했지만 이는 태국과의 국경에서 빚어진 분쟁 탓이지 현지 강력 범죄로 인한 것은 아니다.
피해가 잇따르는데도 경보 발령 정도가 약했다는 게 여행업계의 지적이다.
9월16일 당시 ‘캄보디아 여행경보 발령 현황’을 보면 대부분 지역이 1단계에 머물렀고, 2단계(여행자제)로 상향 된 곳은 프놈펜, 특별여행경보지역에 포함된 곳은 시하누크빌, 캄폿 보코산 지역, 바벳 시 등이다. 2단계까지는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보면 된다.
외교부의 여행경보는 △1단계(남색) ‘여행 유의’ △2단계(황색) ‘여행 자제’ △특별여행주의보 △3단계(적색) ‘출국 권고’ △4단계(흑색) ‘여행 금지’로 구분된다. 특별여행주의보는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에 대해 최대 90일간 발령되는 조치로, 수위는 ‘여행 자제’보다 높은 2.5단계에 해당한다.
최근 감금후 구타로 사망한 대학생의 경우 특별여행경보지역에 포함된 캄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구조됐고,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감금과 납치 관련 신고만 8월까지 330건으로 폭증했는데 외교 당국은 상황을 지켜본 꼴”이라며 “결국 사망사건까지 터지고 나서야 조치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인 피해사례가 늘자 외교부는 뒤늦게 프놈펜에 대해서도 여행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도 외교 당국은 여행금지 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있다.
‘외교적 파장’이 만만치 않아서다. 캄보디아는 한국과 개발협력 및 인적 교류가 활발한 국가다. 최고 높은 경보 단계인 흑색경보 발령은 양국 관계를 냉각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민과 현지 사업가들의 피해도 간과할 수는 없다. 여행금지 지역은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 없이 체류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캄보디아 내 1만여명의 교민은 관광·부동산·서비스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이어지자 경찰청은 최근 ‘코리안 데스크’ 신설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코리안 데스크는 현지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한국 경찰로 한국인 관련 범죄를 전담한다. 경찰청은 오는 23일 캄보디아 경찰과 양자 회담을 열어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과 경찰관 파견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