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서울 목동 깨비시장에서 70대 치매 운전자의 차량이 돌진해 상인 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를 낸 운전자는 상황을 기억조차 못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령화 사회, 치매 운전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4일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이하 ‘한블리’)에서는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서울 목동 깨비시장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를 집중 조명한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던 한 차량이 시장 매대와 행인들을 덮치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겨 있다. 소방서에서 입수한 당시 현장 영상에는 순식간에 초토화된 시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었다. 결국 이 사고로 12명이 중, 경상을 입고 상인 1명이 사망했다.
‘한블리’ 제작진은 사고 현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의 참담한 목격담을 전한다.
최초 목격자는 “처음엔 폭발 사고인 줄 알았다”며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을 회상하고, 다른 상인은 사고를 낸 70대 운전자가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요?”라고 말한 것을 증언해 충격을 더한다.
특히 가해 운전자가 2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으며 10개월간 약도 복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지켜보던 패널들이 분노한다.
이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청년과 10년간 함께 일해온 사장이 “긍정적이고 친절한 직원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히자, 모델 겸 방송인 송해나는 “가해자는 기억조차 못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먹먹한 심경을 밝힌다.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1일 피해자의 유족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댓글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형이라고 밝힌 댓글 작성자는 ““(사망자는) 깨비시장 과일 가게에서 10년간 열심히 일한 저희 친형”이라며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이렇게 순식간에 떠나버렸다. 너무 허망하고 원통하다”고 적었다. 이어 “너무 슬프고 우리 형 불쌍하다”며 “하루에 14시간씩 일하고 와서 자잘한 안주에 소주 1병 먹고 바로 잠들고 일어나서 또 일 나가고 이게 일상인 열심히 산 우리 형”이라고 비통해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24일 65세 이상 인구가 20%에 도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고령 치매 환자의 운전도 논란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3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반적으로 치매 환자는 인지 능력, 판단력, 감각 능력 등이 떨어지고, 운전 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건강한 고령 운전자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치매를 운전면허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하고 치료제 복용으로 운전이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이 있을 경우 운전이 가능하다. 그런데 수시적성검사는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나 장기 요양 등급의 치매 환자가 대상이어서, 실제 치매 환자의 운전을 예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