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곽종근 증언과 배치
부정선거 의혹 거론하며
“음모론 아닌 팩트확인 차원”
정치인 등 체포 지시도 부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현직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 재판에 직접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사진 = 사진공동취재단]](https://pimg.mk.co.kr/news/cms/202501/22/news-p.v1.20250121.79ee2493b2a44f61bb17740b009f726d_P1.jpg)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정장 차림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출석했다. 줄곧 양손을 포개고 앉은 채로 변론에 임한 윤 대통령은 국가 비상입법기구 쪽지 의혹과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지시 등을 전면으로 부정했다. 또 부정선거 의혹을 설명하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막을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날 변론기일을 시작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양측 출석 여부와 절차 진행 순서를 설명한 뒤 윤 대통령에게 틈틈이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발언 기회를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피청구인 측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사진공동취재단]](https://pimg.mk.co.kr/news/cms/202501/22/news-p.v1.20250121.549baf6ba0b647dbb8ce4afcffb78300_P1.jpg)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에게 부여된 발언 기회 중 대부분을 부정선거 의혹과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청구인인 국회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상 부정선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측에서 꾸준히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선거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청구인 측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라면서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에 만든 논리라고 하셨는데, 이미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이 드는 여러 사정이 있었다”며 “국가정보원이 중앙선관위의 전산장비를 극히 일부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장비가 있고 어떤 시스템에 의해 가동되는지 중앙선관위의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라는 의도였지, 부정선거를 색출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 제기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자는 취지였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회 측은 부정선거 의혹 주장이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이에 대한 의혹 제기와 증거 신청은 제한해줄 것을 헌재에 요청했다.
국회 측은 “부정선거 관련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이 사건 탄핵심판의 쟁점이 아니다”며 “선거 부정이 있다고 해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나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침입한 것 등 이 사건 탄핵소추 사유를 전혀 정당화시킬 수 없다”고 맞섰다.
국회 측이 증거로 제시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시청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은 애초에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국회를 통제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22/news-p.v1.20250121.67ecde053d1a49c6b17687b1643492c9_P1.png)
윤 대통령은 “영상을 보면 청사에 진입한 군인들이 얼마든지 더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느냐”며 “저는 만약 군을 투입해서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하게 막았어도 계엄이 쭉 갔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더 강한 초(超)갑인데, 제가 의결을 못하게 한다고 해도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의결을 할 수 있다”며 “저는 국회의 신속한 해제 의결을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고, 이는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문 권한대행의 질문에는 “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수도방위사령관과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계엄 관련 인사들의 과거 발언들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고 들어오셔서 갑자기 저한테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를 주셨다”며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 유동성 확보를 잘하라’는 내용이 기억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지난달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대통령이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으로 직접 전화해 의결 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증언은 이 진술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당시 선포한 포고령은 형식적인 것으로 실제 집행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포고령 1호는 형식을 갖추기 위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작성한 초안을 윤 대통령이 검토·수정했고, 야간 통행 금지 조항 등은 직접 삭제했다는 취지다.
정치인과 법조인 체포 지시에 대해서는 “한동훈 당시 여당 대표 사살 등 터무니없는 지시를 한 적 없다”며 “이 같은 가짜뉴스를 탄핵소추 사유로 주장한 것은 그 부당성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불발된 다음 날인 2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에서 관계자가 오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22/rcv.YNA.20250121.PYH2025012104820001300_P1.jpg)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구속 중인 윤 대통령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구속 기한을 흘려보내면서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윤 대통령 사건을 1차 구속 만료 전에 넘길 것을 공수처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 20일 오후 3시 검사와 수사관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보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시도했지만 6시간 만에 빈손으로 철수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구속 피의자를 강제로 연행해 조사할 수 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21일 헌재 탄핵심판 변론 준비로 인해 변호인 접견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오는 28일까지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권한이 있는 검찰과 구속 기한을 10일씩 나눠 쓰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 기한을 다음달 7일까지로 보고 있다.
이처럼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검찰청과 공수처는 윤 대통령 사건 송부 시점을 협의하고 있다. 검찰은 오는 28일보다 앞당겨 사건을 넘겨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공수처에 조속히 사건을 넘겨 달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