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尹 체포적부심 기각
불법체포·관할 논란 일단락
내란죄 기소권 없는 공수처
尹대통령 구속영장 나와도
검찰과 10일씩 나눠서 조사
불법체포·관할 논란 일단락
내란죄 기소권 없는 공수처
尹대통령 구속영장 나와도
검찰과 10일씩 나눠서 조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측의 체포적부심 청구와 무관하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16일 조사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 수사권한이 없는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 아래 '시간 끌기'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에 16일 오후 2시까지 조사에 나와달라고 했으나 윤 대통령은 불출석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오후 2시 조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을 통해 오후 1시 50분쯤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불출석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당초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이날 오전 10시께 불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후 대통령 측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오후 2시로 연기를 요청했고, 공수처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전 언론에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며 거부 방침을 밝혔다.
전날 오전 10시 33분 체포된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40분쯤까지 식사·휴식 시간을 포함해 총 10시간 4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200여 쪽의 질문지를 준비했지만 윤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조사 종료 뒤에도 조서 열람과 날인을 거부한 뒤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피의자의 날인이 없는 조서는 증거 효력이 없다. 윤 대통령 측은 조사 이후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위법하다며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체포 상태는 유지되고, 공수처는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의 체포가 부당하거나 체포할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될 경우 법원에 석방해줄 것을 요구하는 제도다. 법원은 24시간 내에 피의자를 직접 심문해 계속 구금할 필요가 있을지 결정해야 한다. 법원은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조사해 체포를 유지할지 결정한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에 의해 구금된 피의자가 조사실 출석을 거부하면 강제 구인할 수 있는지에 관해 명시적 규정·판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조사에 계속 불응하면 추가 조사를 하지 않고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은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갈 길 바쁜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시간 끌기 전략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공수처는 다음날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더라도 최대 20일간의 구속 기간 중 10일밖에 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는 내란죄 기소권이 없기에 기소 국면에선 검찰에 윤 대통령의 신병을 넘겨야 한다. 이 때문에 첫 10일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조사하고, 나머지 10일은 검찰이 넘겨받아 조사한 뒤 검찰에서 윤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으로 협의된 상태다. 공수처 일각에선 "체포 단계에서만 고생하고, 성과는 검찰이 챙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권선우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