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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다른 지방 공항은 괜찮나”…양양·여수·울산도 만성 적자에 안전관리 의문

송민섭 기자
입력 : 
2024-12-30 18: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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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로 인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 공항들의 안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들 지방공항은 과도한 수와 이용객 감소로 적자가 누적되며 안전 관리 예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놓여 있으며, 무안공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0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 정치인들의 공약 사업으로 새로운 공항 건설이 계속 추진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수요 예측과 경제성 평가가 미흡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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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리에 수요 과다 예측
지자체 앞다퉈 공항건설 공약
8곳 이용객 年30만명 못미쳐

무안, 조류퇴치인력 4명 그쳐
양양·청주는 구형장비에 의존
지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는 지방공항이 안전문제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 가운데,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 제주, 김해, 김포공항 등 4곳을 제외한 11개 지방공항들은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는 지방공항이 안전문제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 가운데,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 제주, 김해, 김포공항 등 4곳을 제외한 11개 지방공항들은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사고가 발생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 공항들의 취약한 안전문제가 재차 부각됐다. 공항이 과도하게 많다보니 이용객이 줄고, 공항 운영 과정에서 적자가 나면서 안전 관리 예산 역시 줄고, 이로 인해 항공 안전 관리가 미흡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무안공항 항공여객수는 19만명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인천공항(5035만명)은 물론 제주공항(1399만명), 김포공항(1218만명) 등에 비해서도 크게 뒤진다. 다른 지방공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연간 항공 여객수가 30만명에도 못미치는 곳으로는 여수공항(28만명), 울산공항(18만명), 포항경주공항(12만명), 양양공항(11만명), 원주공항(10만명), 사천공항(9만명), 군산공항(8만명) 등 무안공항을 포함해 총 8개에 달한다.

운영 현황은 더욱 참혹하다.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 제주, 김해, 김포공항 등 4곳을 제외한 다른 11개 지방공항들은 만성적인 적자 상태다. 이들 공항의 적자는 한국공항공사가 제주, 김해, 김포공항을 운영해 번 돈으로 메우고 있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에 분주한 제주항공 [사진 = 연합뉴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에 분주한 제주항공 [사진 = 연합뉴스]

특히 무안공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0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가장 큰 적자를 냈고, 양양공항이 89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무안공항의 2022년 활주로 이용률은 0.1%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양양공항은 거점항공사 플라이강원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최근 새 주인을 찾아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적자 이유는 명확하다. 1980년대 말 3저 호황과 서울올림픽, 해외여행자유화 등에 힘입어 국내 항공수요가 급성장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 고속도로 신설과 확장, KTX 운행 등 지상 교통수단이 크게 발달하면서 항공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정을 도외시하고 애초부터 사업성이 떨어질 운명이었던 공항을 무더기로 지은 것이 지금의 현실을 만들었다. 양양, 무안, 예천, 울진공항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공항 사례로 꼽힌다. 이미 예천공항은 문을 닫았고 울진공항은 비행훈련원으로 전환되어 공항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무안공항은 매년 220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2022년 매출은 20억원에 불과했다.

양양공항 또한 2002년 개항 이후 국제선이 멈추면서 지난해 1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양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삼은 플라이강원은 400억 원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지방공항 난립이 지역 정치인의 치적 쌓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경제 활성화, 이른바 ‘공항경제권’이다. 공항 네트워크를 관광, 문화 등 주변 지역의 경쟁력과 연계해 산업 생태계로 확장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숱한 공항들이 실패 사례를 겪었지만 여전히 공항 건설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주요 공약 사업이다.

무안공항 사고 가족 2024.12.29[이충우기자]
무안공항 사고 가족 2024.12.29[이충우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을 공약했고, 충남도는 20년 숙원 사업이라며 서산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감사원이 ‘수요 과다 예측’을 지적해 2008년 건설이 중단됐던 전북 김제공항은 새만금국제공항으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

이들보다 진도가 더 나간 부산 가덕도·대구경북·흑산도·울릉도·제주 제2공항 등까지 합하면 여전히 최소 9개 이상의 공항이 더 생길 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정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은 공항은 원하면서도 공항 건설에 필요한 활주로 등 주요 사업비는 정부와 공항 공기업이 부담해주길 바라고 있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일을 무조건 비판하기는 힘들다. 정부 도움을 받아 유치한 글로벌 이벤트나 대형 SOC(사회간접자본)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참사, 무안공항 외곽 콘크리트 담장 [사진 =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무안공항 외곽 콘크리트 담장 [사진 = 연합뉴스]

실적이 부진한 지방 공항은 관리 예산이 적게 배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관제 시스템, 조류 퇴치 장비, 안전 점검 인력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무안공항의 경우 조류 퇴치 전담 인원이 4명에 불과하며, 이는 김포(23명), 제주(20명), 김해(16명) 등 대형 공항 대비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양양공항은 2012년 도입한 조류 퇴치 장비를 여전히 사용 중이며, 청주공항 역시 대부분 10년 이상 된 구형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지방 공항의 만성적자와 관리 부실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넘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지역별로 현실적인 수요 예측과 철저한 경제성 평가를 바탕으로 공항 건설과 운영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여행수요가 늘었다. 분야별로 조종사, 정비사, 일반 직원 채용 등에 미흡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고도 인천공항에서 났다면 중간에 착륙을 했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거리가 워낙 길었으니 이렇게 대형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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