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열악한 요양소에 집중
법정 감염병 해당되지 않아
시설 과실 있어도 보상 안돼

과거 지병으로 지방의 한 시립 노인전문 A병원에 입원한 80대 남성 B씨는 옴에 걸려 심각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5주 이상 가려움증에 시달리던 B씨는 결국 후두 쪽에 고름이 차는 후유증까지 발생해 대학병원으로 옮겨 큰 수술까지 치러야 했다.
감염성 피부질환인 ‘옴’의 공포가 취약계층 시니어를 덮치고 있다. 주로 관리가 부실한 폐쇄적 환경에 놓인 노인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옴이 집중적으로 퍼지고 있다. 하지만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지 않아 병원 측 과실에 따른 감염으로 후유증을 앓아도 보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옴 감염 현황 및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옴 발생 건수는 4만793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수치(4만8건) 대비 20% 늘어난 숫자다. 옴 발생 건수는 최근 3년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옴은 진드기 배설물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일어나는 피부 질환이다. 붉은 발진과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옴은 전쟁, 기아 등 열악한 생활환경이 주요 발생원인으로 꼽혀 후진국성 질병으로 불린다.
최근 옴 발병에서 시니어 비중이 절반을 넘고 있다. 위생 관리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요양병원 등에서 발병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만 60세 이상 시니어 옴 발생 건수는 2만4827건으로, 전체 발생 건수 대비 52%에 달했다. 2021년(1만8351건)과 비교했을 때도 35% 급증해 전체 연령대 증가율(20%)을 웃돌았다. 질병관리청은 “고령 인구가 늘고,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 이용자가 늘면서 옴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씨의 가족들은 “감염병인 옴은 폐쇄적이고, 위생 관념이 부족한 요양시설에서 집단 감염된다”며 “의료시설의 부실이 발생 원인이라도, 정작 치료비를 보상받을 길은 막혀 있어 환자와 가족들만 고통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올해 11월 충북 영동군의 한 요양병원에선 입원 환자 52명 중 48명이 옴에 집단 감염된 중대 보건 위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B씨가 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한 당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인 면회가 금지된 때라 내부 위생 문제로 옴이 발생한 경우다.
문제는 옴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법정 감염병에 해당하지 않아 B씨처럼 요양시설의 과실로 옴에 걸렸더라도 보상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은 “(옴은)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인체에 침입해 발생하는 법정 감염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진은 “지역 요양병원의 경우 지역민끼리 똘똘 뭉치는 경우도 많아 관리·감독의 강도가 수도권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