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백 우려 속도 낼듯
이르면 2월 늦어도 4월 결판
변수는 6인 체제 재판관 구성
국회 공석 3인 추천 서두를듯
尹 비상계엄 선포 권한 두고
“형식절차 위반” “통치행위”
중대한 법 위반 공방 벌일듯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같은 날 탄핵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면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는 사건을 접수한 후 180일 이내에 인용·기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은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풍경. [이충우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412/16/news-p.v1.20241215.d0203da9ce64477fb80299a6c2002aeb_P1.png)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헌법재판소가 8년 만에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했다.
6인의 헌법재판관은 15일 각자 자택 등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검토에 착수했다. 전날 오후 6시 15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의결서를 헌재가 접수한 후 곧바로 심리가 시작된 것이다. 사건번호는 올해 접수한 8번째 탄핵심판 사건이라는 뜻의 ‘2024헌나8’로 정해졌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6일 오전 10시 재판관 회의를 소집해 구체적인 사건 처리 계획과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건을 이끌어갈 주심 재판관을 정하고 쟁점과 증인 명단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 절차를 담당하는 2명의 수명재판관을 지정하고 법리검토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기로 했다.
헌재는 헌재법에 따라 사건 접수 180일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 다만 대통령 공백이란 ‘헌법적 위기’ 상황을 감안해 실제 심리 기간은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권한대행도 탄핵안을 접수한 직후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대통령 탄핵 재판을 보면 접수 후 결정이 나오기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이 걸렸다. 이번엔 아무리 늦어도 문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18일은 넘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 전 대통령도 탄핵 결정이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 하루 전에 나온 바 있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쟁점이 간단해 신속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며 “이르면 2개월, 아무리 오래 걸려도 3개월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재판이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번째 변수는 현재 헌재가 재판관 6인 체제라는 점이다.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재판관 6인 심리도 가능해졌지만 결정까지 내리는 것은 정당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국회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 후임 임명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국회 추천 3인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르면 오는 18일부터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이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형사소송 진행 중엔 심판 절차를 중지할 수 있다는 헌재법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헌재가 장기간의 대통령 직무 정지를 감수하면서까지 절차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이 본격적인 법리 다툼을 예고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 목적인지 등을 밝히기 위한 사실관계를 심리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적시한 탄핵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상계엄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의 미비이고 나머지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다.

법조계에서는 첫 번째 사유만으로 윤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헌법에 엄격하게 규정된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윤 대통령이 남용했다는 것이다. 탄핵안에도 윤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닌데도 군사력을 투입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고 국무회의 심의, 국회 통고, 공고 절차 등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명시됐다. 헌법을 수호하는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는 중대한 법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민주적인 절차를 부정하면서까지 권한을 행사하라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그 권한을 위임한 것이 아니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비상계엄이 형식과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 자체로도 명백하게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반면 내란 혐의를 들여다보기 전에는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차 교수는 “국회 무력화 목적이 인정된다면 파면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비상계엄의 요건만을 놓고 중대한 법 위반이라 평가하기는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중대한 법 위반’인지 여부도 다툼의 소지가 있다. 헌법 65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 등 공무원의 탄핵소추 사유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폭넓게 규정된다. 이에 대해 헌재는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파면을 위해선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해석을 제시해 추가적인 요건을 마련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사면권·외교권과 같은 ‘통치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건에서 대법원이 위법성이 명백한 경우 범죄 성립 여부를 법원이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판례가 존재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경고성일 뿐 국회 무력화 목적은 없었다’는 주장도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비상계엄 관련자들 증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