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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인 피살사건 엄벌…발로 뛴 외교 결과죠"

신윤재 기자
입력 : 
2024-08-07 17: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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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백주에 아무 죄 없는 한인 사업가가 필리핀 앙헬레스 자택에서 납치·살해됐다.

상승만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 총영사는 "공관과 한인사회의 단합된 노력이 전례 없는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자국민에 대한 범죄 행위에 대해 기필코 죗값을 묻는 나라라는 경종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필리핀에 부임한 그는 열 달간 이 사건에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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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고인 한 풀어준 상승만 駐필리핀 총영사
사업가 지익주씨 살해한 범인
항소심서 무기징역 이끌어내
필리핀 당국자와 긴밀한 협의
물밑외교와 한인사회의 승리
"한국인 범죄 표적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정의 바로세울 것"
고 지익주 씨 사건 판결 관련 회의차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에 모인 상승만 총영사(왼쪽), 이상화 대사(가운데), 김명훈 해외안전 담당 영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고 지익주 씨 사건 판결 관련 회의차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에 모인 상승만 총영사(왼쪽), 이상화 대사(가운데), 김명훈 해외안전 담당 영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2016년 백주에 아무 죄 없는 한인 사업가가 필리핀 앙헬레스 자택에서 납치·살해됐다. 시신조차 못 찾은 살인, 경찰 간부인 범인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필리핀 교민은 물론 전 국민이 분노했다. 혈맹이라고 부를 정도로 돈독한 나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나라인 필리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무려 8년 만에 고인의 한을 풀어줄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필리핀 마닐라 항소법원에서는 한인 사업가 지익주 씨 납치·살해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필리핀 경찰 간부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법원은 1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정의의 승리였다. 상승만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 총영사는 "공관과 한인사회의 단합된 노력이 전례 없는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자국민에 대한 범죄 행위에 대해 기필코 죗값을 묻는 나라라는 경종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필리핀에 부임한 그는 열 달간 이 사건에 매달렸다. 상 총영사는 "저와 대사님이 비슷한 시기에 부임했는데, 둘이서 이 사건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게 하자고 의지를 다졌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유족들의 절망, 한인사회가 느끼는 분노와 대한민국의 국격을 생각할 때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무죄 판결을 받는다는 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와 필리핀 행정부·사법부 고위직에게 끈질기게 면담 신청을 넣었다. 법무장관, 대법원장, 검찰총장, 행정처장 등과 만나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대한민국의 분노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그는 "낯선 이국땅에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원통함과 필리핀 여행을 주저하는 한국인들의 마음도 전했다. 필리핀 사회를 위해 보편적 인권 관점에서 사법 정의가 반드시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 우리 논리였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이 발 벗고 나섰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8년이라는 '시간'이었다. 상 총영사도 "범죄가 발생한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더 늦으면 초점이 흐려져 안되겠다는 조바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항소 이후 1년이 채 안돼 정정 판결이 내려졌다. 통상 필리핀에서 항소심 선고는 2년 이상 소요된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판결이 내려진 데다 무죄에서 무기징역으로 형량이 크게 바뀌자 피해자 유족은 물론 한인사회 전체가 정의의 승리라며 안도하고 있다. 강력범죄가 많고 부정부패도 심한 이국땅에서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던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상 총영사는 "다 함께 힘을 실어준 교민사회, 한인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해자들이 상고할 경우 3심까지 가겠지만 판결이 유지되리라 믿는다. 끝까지 정의를 바로 세우고 우리 국민이 더는 범죄의 표적이 되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공관은 계속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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