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토지담보대출서 21%
1년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아
1년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아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작업이 지체되는 사이 금융권의 부실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PF 사업의 주요 자금줄이었던 저축은행 연체율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이 1년 새 3배 가까이 급등했다.
토담대가 사업 초기 토지를 담보로 대출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PF 사업이 초창기부터 꽉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축은행업권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자체 여력도 높지 않아 PF 사업 자금 고갈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토담대 잔액은 18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조3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사업장 부실화 등으로 연체 채권 잔액은 전년 말(2조1000억원)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기준 토담대 연체율은 21.71%까지 올라갔다. 전년 말(7.15%)과 비교했을 때 14.56%포인트 치솟아 3배 가까이 올랐다. 토담대는 브리지론과 비슷하지만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만 취급한다.
기업대출 연체율도 심각하다. 저축은행업권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8.52%로, 2015년 말(9.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은 기업대출이 같은 기간 8.02%에서 12.82%로 4.8%포인트 급등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 등으로 추가 신규 부실이 예상되므로 지속적인 부실여신 정리·재구조화 및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출을 취급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보증 위주로 확인했는데, 요즘에는 시공사 재무구조가 안정적인지까지 보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HUG 재정 문제가 거론되면서 모든 조건이 안정적인지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은 PF 등 부동산 대출을 조이고 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기업대출의 절반이 PF 등 부동산 관련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PF 관련 노출도가 크게 줄었다"며 "지속적으로 PF 자산을 줄이고 평균 30% 이상 충당금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76개 저축은행업권의 총여신 규모는 97조9000억원이다. 이 중 기업대출은 전년 말보다 9조5000억원(16.1%) 감소한 49조4000억원이다.
지표상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임에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PF 사업장 정리 속도는 더딘 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PF 시장은 보통 매물이 많은 반면 매수자는 적은 시장이라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방 사업장은 정리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 및 부실 우려로 분류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조속히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신속한 정리 등이 미흡한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점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이번 기회에 저축은행 PF 부실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저자본·고보증 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채종원 기자 / 손동우 기자 / 한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