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믹스 새 트렌드로
엠디엠 백운호수 푸르지오
노인주택·청년주거 복합
노인·아이돌봄에 시너지

서울 강남권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인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건설 현장. 지난달 말 찾은 이곳에선 고령자 전용 주거동과 일반 오피스텔이 나란히 들어서는 ‘세대공존형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있었다. 견본주택에서 만난 예비 입주민 박 모씨(68)는 “실버타운이라고 하면 보통 요양시설 같은 이미지인데 이곳은 젊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령자 전용 주거시설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와 어우러질 수 있는 ‘세대공존형 주거단지’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거형태는 고령화와 아이돌봄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과 민간 영역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세대공존형 주거단지의 가능성은 해외에서 먼저 확인됐다. 일본 도쿄의 ‘시바우라 아일랜드’와 지바현의 ‘도요시키다이’에는 노인전용주택과 일반 아파트가 함께 조성됐다. 고령층이 지역사회구성원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며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와 도시르네상스기구(UR)는 고령층과 젊은 세대의 공존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자녀 가구와 부모 가구가 같은 단지에 거주할 경우 임대료를 최대 20%까지 할인해준다.

싱가포르에는 고령층과 지역주민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공간인 ‘캄풍 애드미럴티(Kampung Admiralty)’가 있다. 공동주택단지 인근에 고령자를 위한 주택과 의료센터, 유치원, 식당, 은행 등 생활시설이 함께 배치된 건물을 조성해 세대 간 자연스러운 교류가 일어나도록 설계했다.
국내에서도 민·관에서 유사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도심형 시니어타운을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공동주택용지 등에 시니어타운을 조성하면서 같은 단지에 공동주택을 복합 개발할 계획이다. 단지 안 자녀 가구는 아파트에, 부모는 시니어타운에 거주하는 ‘세대 통합형 시니어타운’이 조성되는 것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60세 이상 전용 임대형 노인복지주택 536가구와 일반 주거용 오피스텔 842실로 구성된다. 내년 11월 입주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기존 실버타운의 ‘단지 고립’과 ‘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세대공존형 주거단지의 핵심은 입지 선정이다. 도심 접근성을 확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구매력 있는 고령층이 도심 거주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 교통과 자연환경을 모두 고려한 입지 선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단지는 강남에서 20분대 접근이 가능한 도심 근접성을 갖추면서도 청계산과 백운산, 모락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백운호수가 펼쳐진 쾌적한 자연환경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세대공존형 단지들은 시니어 특화 서비스와 함께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설계하는 추세다. 이 단지엔 전담 영양사의 식사 서비스부터 하우스키핑, 24시간 간호사 상주 등 시니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럽 포시즌’이 도입될 예정이다. 동시에 실내·외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등 젊은 세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도 갖춰 실버타운의 ‘양로원’ 이미지를 탈피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분양형 실버타운이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15년 정부가 투기 방지와 운영 안정성 확보를 이유로 분양형 실버타운 제도를 폐지하고 임대형으로만 허용하면서 시장이 위축됐다.
이에 정부는 땅값 상승 가능성이 작은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한해 분양형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수요가 있는 도심권에서도 분양형 실버타운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