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시대 ◆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이 '반(反)이재명(반명) 빅텐트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대세론을 형성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꺾으려면 보수 진영 단일 대오가 불가피하다는 데 합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3지대를 넘어 민주당 비이재명(비명)계를 아우르는 초당적 연대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다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등판을 두고는 후보별로 견해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대권 주자들은 잇달아 '반명 연대'를 주장했다. 빅텐트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쪽에 섰던 주자들을 중심으로 표출되는 분위기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제3지대를 아우르는 '반명 전선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선출된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다른 주자들이 뭉치는 '반명 단일화' 구상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 경선에서 승리하신 분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만들어야 이재명 정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빅텐트에 참여할 인물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꼽았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에 등록한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비명계까지 포괄하는 빅텐트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나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빅텐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다양한 고민을 해야 될 때"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반명계와도 저희가 이야기를 나눠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선 불출마로 선회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반명 연대의 물꼬를 트는 고난의 길일지라도 묵묵히 견디며 나아가겠다"면서 빅텐트를 만드는 데 일조할 뜻을 전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꺾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빅텐트 안에 모셔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탄핵 찬성파'에 속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빅텐트론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놨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고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도 미정이라는 점에서 때 이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반명 빅텐트론'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 한 권한대행의 등판을 두고는 온도차를 보였다. 김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 권한대행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권한대행 출마 자체에는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출마 반대'를 명확히 했다. 홍 전 시장은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를 하신 분이 나오는 건 상식에 반한다"며 "한 권한대행은 거기(빅텐트)에 포함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전 대표도 "우리 당 후보를 만드는 과정에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며 "경선의 김을 빼는 것 자체가 해당 행위"라고 반발했다. 나 의원도 "경선 중요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당내 일각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 출마론 확산이 경선 흥행 열기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든 후보는 같은 출발선에 서야 하고 같은 기준 아래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특정인을 옹립하는 일도,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출마 의사가 없는 분에게 계속 이야기하는 건 당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적극적으로 한 권한대행의 행보를 막아서지는 않으며 가능성은 열어두는 모양새다.

[진영화 기자 / 박자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