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트럼프 통화 계기로
관세율 인하 협상 속도낼듯
'친한파' 루비오 美국무 방한설
관세율 인하 협상 속도낼듯
'친한파' 루비오 美국무 방한설
한미 정상 간 직접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이 부과한 25%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일단 △무역 균형 △조선업 협력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구매 등을 묶은 패키지 딜을 준비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우선 관심사인 방위비 분담금 이슈에는 말을 아끼며 향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여지를 남겼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상 간 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통상당국과 사안별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전날 통화에서 "LNG, 조선, 무역 균형 세 가지를 한꺼번에 이야기했다"고 부연했다.
막대한 미국 무역적자가 이번 '관세 폭탄'의 원인이 된 만큼 정부는 가능한 부분에서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 균형을 맞추겠다는 제안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약 64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알래스카 천연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직접 언급한 사안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 합작 투자나 개발·구매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조선업 분야도 미국에 내보일 수 있는 협상 카드다. 미국 조선산업의 부활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군 함정 등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LNG 투자·구매, 조선업 협력 등을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균형을 이루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 워싱턴DC로 급파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실무 협의에 나섰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정 본부장 귀국 후 방미 일정을 잡을 방침이다.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일본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일본과 한국 등 우리 동맹과 교역 파트너를 우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가장 큰 무역적자 대상국인 한국·일본과 신속히 협상해 성과를 얻어내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일단 협상 카드에서 제외하는 분위기다. 다만 양국이 이 문제를 별개로 다루더라도 추후 한미 협상의 큰 그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정상 간 통화를 계기로 다음달 아시아 순방 일정 때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미국으로 초청했으나 일정 문제 등으로 조 장관의 방미가 이뤄지진 않았다. 루비오 장관은 과거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친한파'로 분류된다.
[안정훈 기자 / 곽은산 기자 / 신유경 기자 / 김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