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 결정문 분석
입법·예산 독주 이례적 비판
"타협 필요했던 정치의 문제"
尹의 국회전횡 인식 인정하며
계엄선포 부당성은 못박아
野 "일부 공감" 확대해석 경계
崔탄핵 강행않고 법사위 회부
봉황기가 내려갔다
앞으로 60일간
대통령 없는 대한민국
입법·예산 독주 이례적 비판
"타협 필요했던 정치의 문제"
尹의 국회전횡 인식 인정하며
계엄선포 부당성은 못박아
野 "일부 공감" 확대해석 경계
崔탄핵 강행않고 법사위 회부
봉황기가 내려갔다
앞으로 60일간
대통령 없는 대한민국

헌재는 이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선고 요지에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될 정치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윤 전 대통령 심정에도 일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했던 국민들을 배려한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22건에 달했다. 673조3000억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은 지난해 말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된 채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야당의 단독 수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41개 법안 모두 야당이 단독 처리한 것이었다.
헌재는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야당이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로 인해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 행사가 탄핵심판 중 정지됐다"며 "수립한 주요 정책들은 야당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피청구인의 재의요구와 국회의 법률안 의결이 반복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해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그러면서도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 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상계엄 선포의 불법성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헌재 지적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결정문의 전체 취지를 왜곡할 수 있는 만큼 확대 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성찰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겠지만, 헌재가 우리를 향해 직접 지적한 것처럼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이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의회 독재와 정치 폭거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면서 "이번 사태로 많은 국민이 느끼셨을 분노와 아픔에 대해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재가 판단을 하면서 상식적인 선상에서 민주당에 대한 언급을 했다고 본다"며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 법률안 일방 통과 등 민주당의 잘못을 지적했지만, 중요한 건 대통령이 그렇다고 해서 계엄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본회의 처리가 예상되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민주당도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일단 무리수를 두지 않은 것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법사위로 회부해 청문회 등 조사 절차를 거쳐 최 부총리의 입장을 들어보면서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법사위 회부를 통해 자동 폐기를 피하면서 민주당 수중에 최 부총리를 압박할 카드는 쥐고 있는 셈이다.
[서동철 기자 / 박자경 기자 / 구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