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으니 몸조심해라"라는 말 폭탄을 던지면서 설화에 휘말렸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는 최 권한대행을 강하게 비난하며 나온 발언이었다. 역공 기회를 잡은 국민의힘은 "이 대표야말로 내란선동죄 현행범"이라고 받아쳤다.

19일 이 대표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이 가장 중요한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重) 직무유기 행위를 하고 있다"며 "지금도 직무유기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경찰이든 국민이든 누구나 즉시 체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고에 없던 즉석 발언으로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표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최 권한대행은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길 바란다"고까지 했다. 과거 정치테러 피해를 겪었던 이 대표가 테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최 권한대행에게 던진 것이다.

이 대표가 민주당의 광화문 현장 최고위에 나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방탄복을 착용한 채 회의를 주재했다. 오후에는 광화문 도보 행진에 처음 참석했다.

야당 내부에선 이 대표의 발언을 놓고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최 권한대행을 비판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수위를 조절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당내에선 해당 발언을 두고 문제 제기가 많이 이뤄지진 않았다"면서도 "이 대표의 표현 방식은 아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현장에서는 해당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이 대표가 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이제는 밀어붙여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최상목 탄핵'이라 발언하는 것을 만류해왔다"며 "탄핵만 언급하지 않았지, 현행범 체포라는 메시지를 꺼냈으니 탄핵소추안 발의 쪽으로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은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최 권한대행 탄핵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잡지 않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여권 인사들은 이 대표의 발언에 일제히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고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리스트가 한 말이 아닌지 착각할 정도"라며 "지지자들에게 테러를 저지르라 부추기는 불법 테러 선동"이라고 힐난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협박죄 현행범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협박을 가한 내란선동죄 현행범"이라고 맞받아쳤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발언이) 공당의 대표로서 할 얘기가 아니다"며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를 너무 천박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여권 잠룡들도 일제히 가세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몸조심하길 바란다'는 깡패들이 쓰는 말"이라고 적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부산 떨지 말고 그만 감옥에 가라"며 "그대 신병이 가장 안전한 장소는 바로 감옥"이라고 저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개딸들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체포하라고 선동하는 건가. 조폭들에게 테러를 선동하는 건가"라며 "그런 식의 무법천지라면 국민 누구나 중대 범죄 혐의자 이재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도 되니 이 대표야 말로 몸조심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심 판결이 탄핵보다 먼저 나올 수 있는 것에 대해 조급함을 표현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할 경고를 하는 것을 보면 싸가지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최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대통령경호처에선 최 권한대행에 대한 경호 수준을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최 권한대행에 대한 경호등급을 올려 경호 수준을 강화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고심 중"이란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국무위원들에게서 검토 사항이 많다는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향해 이날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최후통첩을 했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설화에 휩싸였다. 이날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개토론은 꽁무니를 빼고 세계적 석학과 대담을 택한 것은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이 대표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한 행동"이라고 적었다. 인공지능(AI) 토론보다는 유발 하라리와 대담을 택했다며 정치 테러를 언급한 것이다. 이를 놓고 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악의적 조롱일 뿐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이라며 "안 의원을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성승훈 기자 / 김명환 기자 /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