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제도서 대통령·국회 ‘협치’ 전제 강화해야
정·부통령제, 국무회의 부분의결기구화 필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미래정책연구원 세미나실(성균관대 법학관 지하1층)에서 27일 정치학과 교수들이 ‘권력구조 개헌’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박자경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2/28/news-p.v1.20250227.967d8fb7cf704fad8f7c50a5f6528068_P1.png)
정치학자들이 ‘비상계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승자독식 대통령제·적대적 양당 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개헌 방안으로는 △개헌 절차 연성화 △분권형 정부 도입 △대통령 임기 단축 등이 논의됐다.
27일 성균관대학교 미래정책연구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헌’ 포럼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이런 내용들을 강조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한국 대통령제의 안정성이 무너진 상황”이라며 “87년 체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은 세 번째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되면서, 대통령제의 제도적 안정성이 사실상 흔들렸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해결책으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웠다. 그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며 “수평적으로는 국무총리와 권한을 나누고, 수직적으로는 지방정부에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표현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행 대통령제는 국회와의 협치를 전제로 하고, 헌법 어디를 봐도 제왕적 대통령제 요소가 없다”며 “‘국무회의 부분의결기구화’ 등 국무총리의 위상을 높여 국회와 대통령이 소통할 고리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22대 국회에서 개헌특별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엄격한 헌법 개정 절차를 먼저 유연화해야 한다”며 “협의가 어려운 사안은 엄격한 현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기본권 관련 사안은 수시로 개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도 ‘단계적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은 전승국이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쇠락했다. 이는 낡은 시스템을 전통이라는 이유로 고수했기 때문”이라며 “5년 뒤든 10년 뒤든, 다음 개헌이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개헌 절차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학선 한국외대 교수는 “유력 대권후보들이 ‘잠룡’과 ‘유력 용’으로 나뉘는 시기가 되면 유력 용들은 개헌 얘기를 접는다. 당선되고 나면 개헌을 논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취임하고 늦어도 2년 반 안에 진행하지 않으면 개헌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함성득 경기대 교수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선 후보자들은 2028년 4월 총선에서 ‘임기 단축 개헌’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는 방법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통령제’를 통해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킬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포럼을 주관한 성재호 미래정책연구원장은 “헌법 제도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공동체의 진화에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정치인들이 선거 때면 부르짖는 ‘국민과 나라를 위한다는 원론적 외침’에 부합한 권력구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학자와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은 김정현 전북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이규용 회장, 이황희·윤왕희 성균관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