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3법 국회통과 9부능선
전력망법 이르면 이달 중 처리
수년씩 지연되던 송전망 설치
法통과땐 정부가 주도해 조정
첨단산업 전력 적시공급 가능
전력망법 이르면 이달 중 처리
수년씩 지연되던 송전망 설치
法통과땐 정부가 주도해 조정
첨단산업 전력 적시공급 가능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 소위 문턱을 가장 먼저 넘은 '국가기간전력망확충 특별법(전력망법)'은 정부가 전력망과 관련해 한국전력과 지방자치단체, 주민 간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필요한 전력망을 제때 확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인허가와 주민 보상, 재원 조달을 한전이 도맡아 수행하는데 이를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그동안 한전은 송전망 설치를 두고 이해관계 조정에 애를 먹어왔다. 동해안~신가평 500kV 초고압직류 송전선로는 당초 예상보다 9년이 지연돼 준공까지 15년이 걸렸고, 345kV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도 5년6개월이 지연돼 준공까지 10년이 걸렸다. 현재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른 전력망 사업은 1395건으로, 이 중 54%는 사업준비 단계, 17%는 입지 선정 단계에 있어 정부의 이해관계 조정 역할이 시급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도 국회 처리가 시급한 상태였다.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폐기물) 처리시설인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하기 위한 근거법이다. 여야가 대립하던 처리시설 용량 기준은 야당 주장대로 원전의 설계용량으로 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2016년부터 법제화가 추진됐지만 국회가 처리를 미루면서 수년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사이 국내 원전의 포화는 임계치에 근접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사용후 핵연료 저장률이 90%를 넘어섰고, 한빛 등 국내 주요 원전들도 핵연료 저장률이 80%를 돌파했다. 이대로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등 5~7년 안으로 국내 주요 원전들의 포화가 예상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당장 5년 뒤부터 저장시설 포화로 국내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더 나아가 원전 수출까지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정부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고준위 방폐장 용지 선정 작업에 속도를 올릴 계획이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해상풍력 발전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입지 선정과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해상풍력 계획입지 등을 발굴해 인허가 단계를 끝낸 뒤 사업자를 공고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해상풍력업계에서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규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해온 만큼 법안 통과로 국내 해상풍력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에너지 3법 처리는 우리 첨단 산업에 필요한 전기를 지금보다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회 법안 처리가 상당 기간 지연된 만큼 정부는 시행령 등을 서둘러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 3법이 제대로 된 효과를 보려면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지역 주민들 이익도 지자체 입장에서는 중요하겠지만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근로시간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예외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반대하며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반도체 특별법 처리가 이제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에너지 3법을 통과시킨 마당에 민주당이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를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에 동의해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 최희석 기자 / 전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