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편 제안 받아친 與
李 주택상속세 완화 운띄우자
"기업에 좋은 환경 만들어야
부자감세 공세, 편협한 발상"
역공펼치며 정책 주도권 노려
李발언 "단세포적 논리" 비판
최대주주할증·유산취득세 등
여야이견 여전해 진통 불보듯
李 주택상속세 완화 운띄우자
"기업에 좋은 환경 만들어야
부자감세 공세, 편협한 발상"
역공펼치며 정책 주도권 노려
李발언 "단세포적 논리" 비판
최대주주할증·유산취득세 등
여야이견 여전해 진통 불보듯

앞서 이 대표는 상속세 공제한도를 높여 18억원(일괄공제 8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까지는 집을 팔지 않고도 상속받을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여야가 지난해 이에 대한 논의를 했으나 국민의힘은 최고세율 인하만을 고집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 비대위원장은 17일 회의에서 "이 대표 특유의 무책임 정치가 이번에도 드러났는데, 주택을 상속할 때 발생하는 세금 좀 깎아주면 문제가 해결되는가"라며 "이런 단세포적인 논리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훨씬 중요한 상속제 개편의 핵심은 바로 기업 승계 부담 완화"라며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중소기업과 가족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전 세계 나라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와 상속세를 내리는 추세"라며 "초부자 감세라고 하는 것은 편협한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유산취득세로의 구조 변화 등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학제품 중소기업 2세 경영인 A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창업주가 갑자기 사망하자 최고 50%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공장 일부 설비를 매각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 20%를 정리했다. 회사 경쟁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줄어든 매출 또한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건실한 실적을 내던 회사가 "상속세 때문에 망가졌다"고 할 정도다.
진짜 망한 회사도 있다. 지난해 폐업한 제조 기업 B사는 2012년 창업주가 사망한 뒤 20억원대 상속세를 통보받았고, 납부할 현금이 없었던 자녀들은 결국 지분 33%를 현금 대신 정부에 물납했다. 지분율이 줄며 2세들 경영 의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내 것도 아닌 사업을 계속 영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이들은 제조 기업에서 판매 기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제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B사 순이익은 날이 갈수록 줄었고, 결국 지난해 폐업했다. 정부가 가진 지분도 휴지 조각이 됐다.
지난해 말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1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견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행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높다'고 평가한 중견기업이 89.4%에 달했다.
재계도 최고세율 인하가 포함된 상속세 개편을 줄곧 강조해왔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민주당에서 내놓은 제안은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나 기업가정신 창달에는 전혀 효과가 없는 논쟁"이라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상속세 부담 완화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주주가 상속할 때 할증이 붙는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도 재계의 오랜 요구 사항이다. 최대주주 할증 평가는 대기업 최대주주가 상속할 시 주식 가치를 일반 주주 주식 평가액보다 20% 가산하는 제도로,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다. 할증을 적용하면 최고세율은 60%까지 올라가게 된다.
재계에서는 산업계 입장을 정치권에 전달해도 "사실상 절반만 관철되는 분위기"라며 허탈해하는 반응이다. 임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세법개정안 발표를 전후로 다양한 개정안을 제안했다"면서 "야당에서는 개중 일부 아이디어만 차용하고 기업 상속세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야당 입장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야당은 이날 일괄·배우자공제를 증액하는 선에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일괄·배우자공제를 늘리는 건 이견이 없으나 최고세율 인하는 초부자 감세이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대주주 할증 폐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다. 다만 유산취득세 논의는 장기 과제로 남겨뒀다. 협상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에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속세 개편 논의가 조세정책의 합리성 측면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윤성 한국외대 교수는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이중과세의 성격이 있어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국민이 적더라도 어떤 세목이든 부의 크기와 관계없이 합리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 서정원 기자 / 한재범 기자 / 성승훈 기자 / 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