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국민의힘’ 대신 ‘한나라당’이란 명칭을 먼저 말씀하시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당 이름이 워낙 수시로 바뀌는 탓에 벌어지는 일인데요.
국민의힘을 한나라당이라 불러도 대화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도 이런 현상이 유지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영남에 기반을 둔 보수정당, 호남에 기반한 진보정당의 양당체제가 수십년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잠깐씩 제3당이 득세를 한 적도 있지만 머지 않아 양당체제로 복귀했고, 국민들도 이런 정치역학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습니다.
올해는 이같은 구도를 못박은 사건이 벌어진 지 꼭 35년이 되는 해입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35년 전 사건에 관한 역대 대통령의 언급을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역사 첫 여야 합당”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른바 ‘3당 합당’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그결과 이전까지 대구·경북, 부산·경남, 호남, 충청을 대표하는 4개 정당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에서 순식간에 호남과 非호남으로 정치지형이 변화했는데요.

이렇게 한번 양당제가 자리잡으면 제3당이 새로 나타나기는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선거에서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쓰러지는 단순한 구도에서 유권자들 역시 ‘적’이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력한 대안에 몰표를 던지기 때문이죠.
1월22일 ‘신당 창당에 관한 3당총재 공동선언’에서 노 전 대통령은 “오랜 세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몸바쳐 온 통일민주당 총재 김영삼, 그리고 국태민안의 신념을 꿋꿋이 실천해 온 신민주공화당 총재 김종필, 우리 세 사람은 민주, 번영, 통일을 이룰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기 위해 오늘 국민 여러분 앞에 함께 섰습니다”라며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이제 여,야 정당이 합당하여 새로운 국민정당이 탄생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3당 합당이 기존의 여소야대 구도를 단숨에 타파하고 정국을 이끌어가는 묘수였는데요. 앞에서 언급된 또다른 정치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죠.
“국민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3당합당 이전까지 ‘제2야당’의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단숨에 여당에 속한 당선가능성 1순위 대선주자에 오르게 됩니다. 이어진 14대 대통령선거에서 무난하게 당선되며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앞서 대권을 잡게 되죠.
그래서 집권 후에도 민주자유당 총재 신분으로 연설한 기록들이 남아있습니다.
1993년 ‘민자당 제3차 상무위원회 총재 연설’에서 김 전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에게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우리 당은 진정한 국민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자생정당으로 국민 속에 뿌리를 박아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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