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기자회견, 일본이 장악
대만, 주정부 등 인적 네트워크 집중
부총통이 친미 노선 상징 인물
네덜란드는 AI 등 기술외교 강점
![지난해 12월 소프트뱅크그룹의 대미 투자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미소를 짓고 있다. [AP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27/news-p.v1.20250126.66db7521c3d74e5ca783e31d11dd6c46_P1.jpg)
미국의 대미외교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수많은 국가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넘어 ‘특별한 관계’를 추구하지만 외교가에서 우수 사례로 거론되는 국가들은 지역·사안별 맞춤 외교를 구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이나 미국의 핵심 정치인들이 필요로 하는 파트너가 된다는 접근법을 갖고 있는 점도 유사한 대목이다.
전현직 고위 관료를 포함한 외교 소식통들이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미 외교 우등생으로 빠짐없이 거론한 국가는 일본이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일본의 대미 로비의 역사는 뿌리가 깊고 넓으며 은밀하기도 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한 맞춤형 외교를 통해 오랜 기간 많은 투자를 했고, 실제로 성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 행정부, 의회, 싱크탱크 등 트라이앵글(삼각축)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방위 로비’로 유명하다. 전직이든 현직이든,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관계없이 미국 대통령이나 핵심 측근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정부와 주미 일본대사관이 총력 지원한다. 외교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행보를 통해 전 세계에 증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만났다. 이튿날 대선 이후 처음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동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회견에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깜짝 등장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3조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미국 현지 기관을 이용해 의회 로비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 싱크탱크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대만은 ‘인물 외교’에 집중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만은 향후 가능성을 보고 지방정부 인사들과 교류한다”며 “이들이 이후에 워싱턴 정가에 진출하거나 주요 역할을 맡을 때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라이칭더 신임 총통과 샤오메이친 부통령. [EPA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27/news-p.v1.20250126.7a5bcf8f531d4dc19a53709131613fc7_P1.png)
대만에 미국이 중요한 만큼 친미 성향 인사를 정부 요직에 앉히는 건 기본이다. 지난해 5월 라이칭더 총통과 함께 취임한 샤오메이친 부총통은 친미 노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미국인 어머니를 둔 그는 2020년 주미 대만대표를 지냈다. 백악관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샤오메이친을 초대했다.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이후 대통령 취임식에 대만 외교 사절을 공식 초청한 건 처음이었다.
네덜란드는 ‘기술 외교’를 추구한다. 조현 전 외교부 제1차관은 “네덜란드는 통상국가이자 기술이 발달한 국가인데, 그때그때 소요에 따라 의사결정이 신속하다”며 “특정 국면에서 인공지능(AI)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본국에서 대사관에 AI 전문관을 급파한다”고 소개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2기에 기술 주도 외교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AI,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과 관련한 외교적 협력 기회를 포착하고, 미국 측과 실질적 협의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대사관에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