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결속 다지는데 與는 사분오열
대통령실 만찬에 한동훈 대표 불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모습. [사진 제공 = 더불어민주당]](https://pimg.mk.co.kr/news/cms/202409/09/news-p.v1.20240909.e796157b704645cd891cc8d5beaff3b2_P1.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을 계기로 이른바 ‘친문(親문재인계)·친명(親이재명계)·단일대오’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덜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이에 맞서고자 ‘친윤(親윤석열계)·친한(親친한동훈계) 원팀’을 꾸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친문·친명계 의원들로 구성된 ‘전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대책위는 ‘대장동 사건’을 변호했던 김동아·박균택 의원, 또 대표적 친문 인사인 윤건영·황희·한병도·김한규 의원 등 13명으로 꾸려졌다. 야권이 문 전 대통령 일가를 향한 검찰의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합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다.
전날에는 이 대표가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는 정치적으로도, 또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고, 한 줌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석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에 “재집권을 위해 적극 활동했으면 좋겠다”며 이 대표를 격려했다고 한다.
검찰의 칼끝이 향한 두 사람이 본격 연대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내비치는 반면, 정부와 집권 여당은 공공연하게 충돌을 빚는 모습이다. 통상 친윤계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수시로 나서서 “나는 친한이기도 하다”며 당 안팎의 갈등을 불식시키려 하고 있지만, 고질병인 계파싸움이 끝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대통령실,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409/09/news-p.v1.20240909.f01fa0ec84b34895945794365418caca_P1.jpg)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내의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회동한 전날 윤 대통령도 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 및 중진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했는데 당 대표와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배제됐다는 점 등이 근거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표 패싱 논란이 있다’ 등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만찬은 추석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아쉬움은 여전하다. 여권 한 관계자는 “어차피 만나실 거면 (윤 대통령이) 다 같이 한 번에 보시는 게 좋고, 굳이 따로 하실 거면 차라리 당 대표를 먼저 보시는 게 맞지 않나”라며 “밖에서 보기에 대통령실에도, 당에도 그림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이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등을 놓고 재점화한 ‘윤-한 갈등’이 한 대표의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공식화를 계기로 다시 본격화했단 풀이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실의 불편한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야권의 결속이 본격화한 만큼 국민의힘 내에서도 ‘우리도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분열하면 입법뿐만 아니라 정국 전반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