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사니즘’이 유일 이데올로기돼야
AI 기반 ‘에너지 고속도로’ 전국 건설
노동시간 단축해 2035년까지 ‘주 4일제’
지역당 합법화·후원제도 도입·CDO 신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407/10/rcv.YNA.20240709.PYH2024070906420001300_P1.jpg)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대표직 연임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표는 당원존에서 17쪽 분량의 연설문을 읽으며 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가운데 원조 ‘친노(친노무현계)’인 김두관 전 의원이 대항마로 등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사 당원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월 살인테러미수 사건 이후, 남은 생은 하늘이 준 ‘덤’이라 여기고,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또 다른 칼날이 저를 향한다고 해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고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혁신 역량은 고갈되고 저성장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갈수록 극단화되고 있다”며 “상상하기 힘든 비극적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먹고 사는 일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할 정도로 민생경제가 파탄났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심야배송을 하던 택배기사는 ‘개같이 뛰고 있어요’라는 카톡을 남기고 과로로 숨졌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이며 무엇을 위한 사회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제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던질 수 있다. 이재명이 이 자리에 선 이유”라며 영국과 프랑스의 선거 결과를 언급하고 “국민들이 진보냐 보수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경제와 줄어드는 복지 때문에 ‘이대로는 못살겠다’고 절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 경제가 곧 민생”이라며 “국민 다수가 출생을 포기하고, 자살률이 세계 최고일만큼 희망과 미래가 없는 이 현실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부분 대체하는 초과학기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여 미래 사회를 선도할 기초과학과 미래기술에 집중투자해야 한다.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해 성장의 새 발판을 만들어야”고 역설했다.
그는 “높은 생산성의 토대인 과학기술은 공유자산의 일부이고,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어야 공동체가 유지된다”며 “결국 소득, 주거, 교육, 금융, 에너지, 의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재생에너지 생산과 공급시스템을 제대로 갖춰가야 한다”면서 “국가주도의 대대적 투자로 ‘에너지 고속도로’, 즉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전력망을 전국에 건설해야 한다. 에너지고속도로를 이용해 전국 어디서나, 국민 누구나 햇빛, 바람, 지열, 수력 등 자연력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팔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인 만큼 일자리는 줄고 위기감은 나날이 커져간다”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경제의 역사는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인 동시에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 일자리 나눔의 역사이기도 하다. AI와 신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주 4.5일제’를 자리잡게 하고 2035년까지 주4일제로 갈 것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이면서, 여전히 저점 갱신을 계속하는 우리나라는 노동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며 “남녀 모두 동등하게 일하고 함께 양육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육아휴직이 승진과 복직을 차별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안보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안보를 강화하고, 평화를 보장해야 경제가 산다”며 “싸워 승리하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최상의 안보이자 경제정책이다. 상대를 억지하는 강한 군사력 과시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평화를 구축하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인 것처럼, 더불어민주당의 주인은 250만 당원동지”라며 “당원이 당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당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당의 의사와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길을 확대하겠다. 지역위원회가 당원활동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지역당 합법화와 후원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디지털 관리자 격인 CDO(Chief Digital Officer)를 신설해, 일상적 정당 활동과 풀뿌리 생활 정치의 저변을 함께 육성하겠다. 이를 통해 개방된 플랫폼을 가진 ‘오픈 소스 정당’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경제를 살려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더 유능한 민주당’, 사회를 바꾸고, 미래를 주도하는 ‘더 혁신하는 민주당’,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선도하는 ‘더 준비된 민주당’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연임 이야기를 할 때 저도 웃어넘겼는데, 상황이 결국 웃어넘길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국민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정치에 어떤 게 더 바람직한지 우선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임 도전을 위해 대표직을 사퇴한 바 있다.
민주당은 8월18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전국당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연임하게 되면 민주당 역사상 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진행하고 있는데, ‘원조 친노’로 불리고 경남지사를 지냈던 김두관 전 의원이 전날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김두관의 당 대표 출마는 눈에 뻔히 보이는 민주당의 붕괴를 온몸으로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또 청년·원외인사인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이날 오후 출마 선언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