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의 남자’ 홍상수 감독이 연인이자 뮤즈 김민희 없이 베를린영화제를 찾은 가운데 또 한 번 수상에 도전한다.
제74회 베를린영화제가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2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운데 올해에는 홍상수 감독의 31번째 장편 ‘여행자의 필요’를 비롯해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4’ 등 모두 5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홍 감독은 ‘도망친 여자’부터 ‘여향자의 필요’까지 무려 5년 연속 베를린영화제에 진출했다. 그는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은곰상 여우주연상) 이후 은곰상 감독상·각본상·심사위원대상 등을 수상했으나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곰상은 받지 못했다.

올해 경쟁 부문에서 선보이는 그의 ‘여행자의 필요’는 프랑스에서 왔다는 이리스(이자벨 위페르 분)가 한국 여성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등장인물들은 순간순간을 비언어적으로 바라보려 하고, 최대한 사실에 근거한 삶을 살려고 애쓴다. 그래도 사는 건 변함없이 고되고 매일 막걸리에 의존하며 조금의 편안함을 얻는다.
홍 감독이 제작·각본·연출·촬영·편집·음악을, 연인인 김민희가 제작실장을 맡았다. 이자벨 위페르는 ‘다른나라에서’(2012)와 ‘클레어의 카메라’(2018)에 이어 홍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이혜영·권해효·조윤희·하성국·김승윤 등이 출연한다. 과연 올해에는 왕관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또 다른 관심사인 홍 감독의 연인이자 베를린이 사랑하는 여배우 김민희. 안타깝게도 그녀는 올해 홍상수 감독과 동반 참석하지 않아 이목이 쏠렸다. 미리 계획한 개인 일정 소화로 인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칸 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마동석 주연작 ‘범죄도시4’는 스페셜 갈라 부문에서, 최민식 주연의 미스터리 ‘파묘’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부문에서 각각 상영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김혜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성장영화를 소개하는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에,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서클’은 단편 경쟁 부문에 각각 초청돼 활약했다.
올해 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아일랜드 영화 ‘스몰 싱스 라이크 디즈’(팀 밀란츠 연출)가 선정됐다. 1985년 아일랜드의 석탄 상인 빌 펄롱(킬리언 머피)이 마을을 통제하는 수녀원에서 불법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스몰 싱스 라이크 디즈’를 비롯한 20편의 경쟁작 가운데 황금곰상과 은곰상의 주인공을 가릴 심사위원단은 ‘노예 12년’과 ‘블랙 팬서’의 배우 루피타 뇽오가 이끈다. 독일 영화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와 우크라이나 작가 옥사나 자부즈흐코 등이 심사에 참여한다.
‘여행자의 필요’는 올 상반기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