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만난 국내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K바이오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한국은 위탁개발생산(CDMO)이나 복제약(제네릭·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주로 성과를 내왔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꽃인 '신약 개발'에서는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올해 미국 JP모건 증권사 주최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 최고 권위의 행사에서는 K바이오의 신약 개발 성과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첫날 발표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는 J&J의 핵심 자산 중 가치가 과소평가된 약물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8년 J&J의 자회사 얀센에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한 국산 항암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한국 신약 개발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메인 트랙'에 데뷔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희귀성 폐질환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물질이 임상 2상에서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자 JP모건 측이 먼저 발표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 행사에서 메인 트랙을 배정받는 곳은 JP모건 애널리스트가 커버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시가총액이 적고 나스닥 상장사도 아닌 한국 회사를 JP모건이 굳이 홍보할 이유가 없는데도 오로지 임상 데이터에 주목해 손을 내밀었다는 후문이다.
올해 한국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제6회 코리아 나이트 @JPM' 행사에도 역대 최다 인원이 참석했는데,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이었다. 그만큼 글로벌 업계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른 시일 내에 한국산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신약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양연호 과학기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