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분명 뛰어난 기술이지만, 그 자체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지 않습니다. AI를 활용해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합니다.”
조성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18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인공지능산업협회(AIIA) 조찬 간담회에서 기업이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AI 기술 개발보다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체계적인 AI 도입 전략을 차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AI의 비즈니스 적용을 위한 4단계 접근 방식을 제시하면서, AI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우선 AI 도입의 첫 번째 단계로 ‘기획’을 제시했다. 이 단계에서는 기업이 AI를 활용해 무엇을 개선하고자 하는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예컨대 제조업에서는 장비 고장 예측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마케팅에서는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프로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식이다. 단순히 AI 도입이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비즈니스 가치’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 다음 단계는 ‘AI 개발’이다. 이 단계에서는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것인지, 기존 AI 솔루션을 도입할 것인지도 이 단계에서 결정된다. 특히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AI 개발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자사 상황에 맞는 AI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AI 모델이 개발됐다고 해서 즉시 기업 운영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검증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AI가 기업의 실무 환경에서 실제로 효과적으로 기능하는지, AI의 예측 결과가 신뢰할 만한지를 평가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조 교수는 “AI가 특정 벤치마크 데이터에서 99%의 성능을 보인다고 해도, 실제 기업 업무에 적합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AI가 현업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충분한 검증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단계는 ‘실행’이다.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비로소 비즈니스 가치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AI 도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AI가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와 자연스럽게 결합되도록 조직적인 변화 관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조 교수는 “AI가 단순히 시범 프로젝트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기업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실행 단계에서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도입의 성공 여부는 기술력이 아닌 기업 현업 담당자들이 AI를 얼마나 이해하고 활용할줄 아는가에 달려있다”라며 “기획부터 개발, 검증, 실행까지의 전 과정에서 ‘AI 리터러시’(AI Literacy)를 갖춘 현업 담당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정부 3.0 추진위원회 빅데이터 전문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고, 현재 서울대학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센터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