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역시 무척 당황하게 된다. 특히 뇌졸중이 발생했지만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태의 일부 환자는 "내 병은 내가 챙긴다"며 옹고집을 부려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망설이다가 출혈이 계속돼 목숨을 잃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2023년 65만3409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했다.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 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4위이며 인구 고령화로 환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찢어지거나(뇌출혈) 파열(지주막하출혈)돼 목숨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살아나도 후유증이 남으면 자리에 누울 위험이 높다. 뇌경색과 뇌출혈, 동맥에 생긴 혹이 터지는 지주막하출혈의 공통점은 모두 혈관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고 뇌의 기능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일본 뇌혈관 명의인 구보타 유우이치 도쿄 여자 의과대학 부속 아다치의료센터 뇌신경외과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혈관은 나이가 들면서 쇠약해진다. 또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생활습관병이 혈관을 퇴화시키기 때문에 뇌졸중은 대사증후군의 중장년병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뇌졸중은 60대부터 급증하지만, 20·30대의 젊은 나이에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는 사람도 있고 혈압이 높지 않지만 뇌경색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뇌졸중은 돌연사나 와병(臥病)의 원인이 되는 질병으로, 누구에게 발병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사실 80%가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구보타 교수는 "뇌졸중 발병 여부는 예방 노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게다가 뇌졸중이 발생해도 목숨을 구할지, 경증으로 끝나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지, 후유증으로 계속 누워 있을지,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등 '갈림길'이 여러 개 있고, 각각의 기로에서 환자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후의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며 "뇌졸중 징후가 보였을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대처법을 잘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세포가 주변 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받으며 버틸 수 있는 시간, 즉 골든타임이 최장 3~4.5시간이다. 일단 뇌졸중이 발생하면 늦어도 4.5시간 안에 응급치료를 받아야 후유증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김동섭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아무리 의술이 발달하고 좋은 의료진과 첨단장비가 준비됐다 하더라도 뇌졸중 증상 발현 후 3~4.5시간이 지나면 뇌는 회복이 어렵다"며 "이상 증상을 느끼면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을 찾고, 몸을 가누기 힘들 땐 119에 연락하거나 주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현실에선 상황 판단이 쉽지 않다. 눈앞에서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말을 잘 못하거나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할 때 뇌졸중을 의심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구급차를 부르는 것도 의외로 용기가 필요하고, 특히 환자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태라면 정말로 구급차를 불러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환자 본인이 뇌졸중인지 잘 모르고 구급차를 부르지 말라고 해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구보타 교수는 한 환자의 예를 들어 "나이 든 남성이 갑자기 손발이 움직이지 않고 구토가 있었지만 구급차를 부르려는 가족을 윽박질러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집에서 지냈다. 하지만 아침에 가족이 보니 환자는 이미 의식이 없었고 구급차로 옮겨졌을 때는 출혈이 꽤 퍼져 있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혹시 뇌졸중?'이라는 의심이 들면 환자 본인이 구급차를 부르지 말라고 해도 '일단 관망하지 말고'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뇌졸중 증상은 'ACT-FAST(액트 패스트)'로 △얼굴(Face)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았는지(F) △팔(Arm) 동작이 좌우 차이가 없는지(A) △말(Speech)에 이상이 없는지(S) 등 세 가지가 기본이다. 뇌졸중 신경증상은 지속되는 게 기본이어서 건강한 사람은 표정이나 동작에 좌우 차이가 없지만 뇌졸중 환자는 FAS 증상이 계속 유지된다. FAS 증상 중 하나라도 맞으면 발병 후 시간(Time)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T). 가족은 구급차가 오기 전에 환자가 어떤 지병이 있고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알아두는 게 좋다. 환자도 만일을 대비해 평소 '약수첩'을 활용하면 뇌졸중 발병과 같은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큰 도움이 된다.
뇌졸중은 발생하면 분당 190만개, 시간당 1억2000만개의 뇌 신경세포가 죽는다. 한 번 죽은 뇌 신경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뇌졸중 치료는 명확한 시한이 있다. 뇌경색은 신속하게 의료기관에 도착하면 뇌혈관 혈전을 약으로 녹이는 혈전용해요법(t-PA)이라는 치료를 받는다. 이는 발병 후 4.5시간 이내에 유효한 치료로, 환자 약 40%가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대응이 좀 늦더라도 최장 24시간 이내라면 카테터를 사용해 혈전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치료 가능성이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마비된 손발에 연결된 목 부위 신경을 없애고, 정상 부위 목 신경을 떼어내 마비된 쪽 신경에 연결해 몸 한쪽 마비(강직성 편마비)를 풀어주는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다. 일명 '상완신경총(上腕神經叢) 강직성 편마비 복원수술'이다. 이 수술은 김상수 김상수마이크로의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 수술은 목에서 팔로 내려가는 신경 5개 가운데 중간의 C7 신경을 활용하는데, 이 신경은 팔의 보조기능을 하기 때문에 없애도 괜찮다.
김상수 원장은 "정상 목 부위의 C7 신경을 떼어내 마비된 쪽 신경에 이어주면 마비가 풀리고 수술 후 일정 기간의 재활을 거쳐 두 손으로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옷을 입는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뇌병변 치료 후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6개월이나 1년 후에 목에서 건측(健側) 상완신경총과 마비측(痲痺側) 상완신경총을 연결해 강직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팔 근력을 강화시키는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 수술을 2017년 7월 국내에서 처음 시행해 현재 약 300명을 수술했다. 이 수술을 세계에서 처음 시행한 의사는 김 원장의 제자였던 중국 상하이 화산병원의 쉬 박사였다. 김 원장이 원광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신경이식술을 배운 쉬 박사가 2015년 뇌졸중 환자 치료에 응용해 2019년 12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논문을 발표하며 '상완신경총 편마비 복원수술'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상수마이크로의원에서 시행 중인 편마비 수술이 환자의 경직상태와 운동기능이 의미 있게 개선된다는 연구논문이 의학저널 '엘스비어(Elsvier)'에 발표되기도 했다.
뇌졸중은 재활이 중요하고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 뇌졸중은 치료 후에도 절반 이상이 어떤 장애가 남거나 와병 상태가 된다. 하지만 재활에 의해 어느 정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구보타 교수는 "의료기관에 이송된 당일부터 침대 옆에서 물리치료사가 손발을 움직여 근육이나 관절이 딱딱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병세가 안정되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재활을 열심히 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죽어버린 뇌 신경세포는 다시 재생되지 않지만 그 주변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신경회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를 '뇌의 가소성(可塑性)'이라고 한다. 뇌의 가소성이 일어나 재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뇌졸중 발병으로부터 약 6개월이라고 알려져 있다. 반년이 지나면 회복이 어려워져 '재활의 6개월 벽'이라고 한다. 6개월 중에서도 특히 급속한 회복을 기대되는 것은 최초의 3개월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