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10일 공식 선언했다. 집권 시 경제 성장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방향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과 기업 경영을 옥죄는 법안 등으로는 이 같은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도 자명하다. 이 전 대표는 유력 대선 주자답게, 책임감 있는 경제공약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날 이 전 대표는 11분36초 분량의 영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잘사니즘'을 내세우며 생계 문제 해결을 강조했지만, 메시지 자체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과거 대선에서 반복했던 '재벌 개혁' 등 강성 발언은 사라졌다. 대신 포용과 안정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이번 영상에서 구체적인 경제 공약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첨단기술 분야에서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힘의 원천은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다. 향후 이 부문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보인다.

사회 대립·갈등의 원인으로 경제적 양극화를 지목한 부분도 주목된다. 지적은 틀리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의 양극화 해법인 '더불어 성장'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문 정부는 비정규직 감축으로 공기업 재정 부담을 크게 키웠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친시장적인 방향으로 양극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기존 경제정책도 되돌아보기 바란다. 지지층 반발이 컸다지만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제외를 거부했고, 재계가 반대하는 상법 개정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가 내세운 '경제 성장'의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들의 궤도 수정도 필요하다.

지금 국민들은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인한 장기 경기 침체 가능성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려면 이 전 대표는 향후 내놓을 경제 공약에서 실현 가능하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경제에 대한 철학과 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