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있었던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흥분한 시위 군중들이 헌재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4명이 사망했다. 한국 민주주의 흑역사 중 한 장면이 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에서만 13만명 이상 집회 참가가 예상된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했던 8년 전과 달리 지금은 찬반이 팽팽하고 긴장감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이다. 경찰은 4일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근무체제를 예고하는 한편 헌재 주변 150m를 차벽으로 둘러싸 '진공상태화'하기로 했다. 지금도 온라인에는 헌법재판관을 상대로 한 테러·협박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일 "이제 '헌재의 시간'을 지나 '국민의 시간'"이라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일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집회·시위 참가자에게는 평화로운 의사표현을, 정치인들에게는 불법 시위와 폭력을 자극하는 발언의 자제를 당부했다. 한 총리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동체의 안정과 생존을 우선해야 할 때"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넉 달 가까운 기간 내전을 방불케 하는 시민사회 분열과 정파 간 갈등이 펼쳐졌다. 탄핵선고를 하루 앞둔 지금까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공식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각 진영에선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 불복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쏟아진다. 맹목적 지지층을 상대로 '갈등 비즈니스'를 벌여 경제적 이윤을 취해온 선동꾼들이 하루아침에 자제심을 발휘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한때 세계적 모범 사례였던 한국의 속성 민주주의는 한 발짝만 더 잘못 내디디면 추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태위태하다. 윤 대통령의 운명은 내일 헌재 판결로 결정되지만 동시에 우리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이 시험대에 오른다. 탄핵 찬반 시위가 폭력시위가 되는 순간, 차벽을 넘어 헌재 진입을 시도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추락한다. 어렵게 가꾼 민주주의가 선동에 지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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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제 국민의 시간"… 4일 韓 민주주의·시민의식도 시험대 [사설]
- 입력 :
- 2025-04-02 17: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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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7년 탄핵 선고 당시 헌재 진입 시위로 사망자가 발생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어두운 역사가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4일 서울에서 13만명 이상 집회 참가가 예상되며, 경찰은 비상근무체제를 강화하고 헌재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싸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에게 결과에 차분히 대응할 것을 호소하며,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공동체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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