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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화 ‘대부’를 연상시키는 트럼프의 협상술…한국에는 어떤 카드가 있나 [매경포럼]

서찬동 기자
입력 : 
2025-03-11 11: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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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의 첫 장면과 유사한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회담이 비판받고 있다.

트럼프와 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의 카드를 평가절하하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며, 초기 조건을 과감하게 제시하여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협상 진행 방식을 고려하여 안보와 경제적 카드를 함께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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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말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은 거친 설전이 오가며 성과없이  끝났다. 외신은 트럼프에 대해 “영화 대부의 돈 콜레오네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지난달말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은 거친 설전이 오가며 성과없이 끝났다. 외신은 트럼프에 대해 “영화 대부의 돈 콜레오네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힘의 룰’ 협상 방식
협상 테이블 언제든 떠나고
공격적 조건으로 상대 압박
알래스카 개발 요청받은 韓
양보 하더라도 ‘안보’ 지켜야

영화 ‘대부’의 첫 장면이 연상된 것은 필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 얘기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대통령이라기보다 돈 콜레오네처럼 행동했다”고 회담의 본질을 짚었다.

밴스 부통령도 이례적으로 정상 회담에 동석해 젤렌스키를 압박했다. “왜 존경심을 보이지 않느냐”, “왜 (민주당 대선 캠프에 가고) 우리를 먼저 찾아오지 않았나”라는 발언은 마피아 보스의 대사와 흡사했다. 부통령이 정상 간 대화에 끼어들어 협상 구도를 깨뜨린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젤렌스키는 준비되지 않은 게스트처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트럼프 말대로 ‘대단한 TV 쇼’로 마무리됐다.

만일 젤렌스키가 대부의 보나세라처럼 “저는 미국을 믿습니다”라고 시작해, “미국이 우리를 지켜줬다”고 감사를 표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영화에서 장의사 보나세라가 적절한 아부로 돈 콜레오네의 보호를 받았듯, 외교적 경의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

이제 한국도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우리의 카드’를 요구받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관세 문제, 칩스법 폐지, 알래스카 LNG 개발 참여, 조선업 협력 등을 언급했다. 여기에 주한미군이나 대북 정책 같은 안보 카드까지 협상 카드로 꺼낼 수도 있다. 그가 그동안 협상에서 보여준 ‘콜레오네식 협상술’을 제대로 파악해 최악의 낭패만은 피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트럼프의 ‘콜레오네식 협상’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일단 과감하고 공격적인 초기 조건을 제시하며 협상의 출발점을 높게 설정한다. 우크라이나로부터 3500억 달러의 지원금 반환이나 희토류 자원의 50%를 요구하는 식이다. 이는 후속 협상에서 일부 양보하더라도 초반부터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때 상대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지렛대로 활용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안보 보장’이 절실했고, 트럼프는 이를 최대한 활용하며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고 있다.

또한 상대의 협상력을 약화하기 위해 그들의 카드는 평가절하한다.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당신은 카드가 없다”고 소리친 것은 심리적 압박을 노린 협상 기술이다. 여기에 언제든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떠날 수 있는 자세도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상대가 협상 성사에 절박할수록 트럼프는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결국 젤렌스키는 고개를 숙이고 협정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 캐나다·멕시코에 관세 압박과 유예를 반복하는 것도 마찬가지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협상에 임한다. 단일 카드보다 여러 대안을 준비함으로써 협상력을 강화한다.

이미 국제질서는 ‘힘의 지배’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의 자유와 정의 이미지는 퇴색하고, 자국 중심주의적 협상이 주류가 되었다. 펜타닐 유입 비중이 미미한 캐나다에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자원 개발권을 안보와 연결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트럼프가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공화당 지역구 정치인들의 숙원 사업이다. 북부 가스를 남부 주민에 공급하고 아시아 국가들에 수출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1300km의 가스관과 액화시설 건설 등에 최소 450억 달러가 소요된다. 트럼프 임기 내 완공도 불확실한 사업에 한국과 일본의 합작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안보를 최우선으로 지키면서 다양한 경제적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조선·원전·방산·반도체 분야의 기술력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도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불가피한 양보가 있더라도, 대북 정책과 잠재적 핵능력 등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제시할 필요도 있다. 우리도 국익 우선의 전략적 거래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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