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역화폐 발행에 정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처리하겠다고 한다.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전 국민에게 25만원의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 위해서다. 현금을 지역화폐로 바꾼 것만 다를 뿐 돈 살포 포퓰리즘과 다름없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미미하지만,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뿐이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겨냥한 입법 폭주를 멈추고 책임 있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20일 민주당이 추진 방침을 밝힌 10개 법안은 계층별 표심을 염두에 둔 선거 공약의 성격이 강하다. 지역화폐법 개정안만 해도 22대 총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약'이었다. 지난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되자 권한대행 체제에서 다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또 농산물 수입 때 국내 농민의 의견을 반영토록 한 '농수산물유통법 개정안'이나 하도급 근로자를 위한 '중간착취 방지 4법' '사회적약자보호 3법' 등도 표심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화폐는 이미 소상공인 매출과 지역 고용 증대에 효과가 거의 없다고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 지역의 특정 업종에서만 지역화폐를 쓰도록 제한을 둬 다른 지역의 수요를 끌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래 쓰려던 돈에서 추가되는 소비도 거의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 서울의 경우 지급된 지역화폐 중 20%는 자녀 학원비로 쓰였다. 국민 세금으로 사교육을 지원한 셈이다. 여기에 발행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도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

지역화폐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핵심 사업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또 카드를 꺼내고 싶겠지만 나라 살림 사정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지난해 경기 악화로 세금이 덜 걷히면서 적자 규모가 100조원에 육박했다. 재정은 비상 상황인데 분명한 효과도 없는 정책에 20조원의 빚을 내겠다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포기한 무책임한 처사다. 차라리 영세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