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세계 무역질서가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주의 체제에서 일대일 양자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은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 경제질서 재편을 "마치 씨름에서 수영으로 경기 종목과 룰이 바뀌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 등 세계 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십 년간 활용됐던 수출 주도형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서 세계 각국은 완전히 다른 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트럼프 경제·외교 정책의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다.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중국에 대한 견제도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 10~20%의 기본 관세, 중국에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구체화할 것이다. 우방국에도 관세를 무역수지를 조정하는 '무기'로 활용할 게 분명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대미 수출(1287억달러)과 무역수지 흑자(557억달러)를 기록한 한국으로선 통상 압력 파고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면 가뜩이나 감소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글로벌 관세 정책을 현실화하면 한국 총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트럼프 스톰'이 불러올 수출 충격을 이겨내려면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 회장은 대응책으로 글로벌 경제 연대, 수출 주도형 모델의 보완, 해외 인력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 등을 제시했다. 엔비디아 같은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K컬처 등 소프트웨어 수출도 제안했는데 정부와 기업이 귀담아들을 만하다.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춘 수출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력을 언급한 조선과 방산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