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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국안정 위해 尹퇴진 일정 조속한 제시를

오피니언부1 기자
입력 : 
2024-12-07 21:34:05
수정 : 
2024-12-07 22: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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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국정 운영방법 로드맵 중요
여당은 국민 눈높이 맞는 스케줄 제시
야당은 거국내각 구성에 대승적 협조를
단축임기중 한계 달한 헌법개정 했으면
7일 국회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된 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있다.  [김호영 기자]
7일 국회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된 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있다. [김호영 기자]

국회는 7일 본회의를 소집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투표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었다. 이로써 헌정사상 세번째 대통령 탄핵소추는 일단 무위에 그쳤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국민 여론은 탄핵 찬반으로 갈라지는 등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4일 새벽 계엄해제 선언 이후 공개활동을 피해온 윤 대통령은 탄핵표결을 앞둔 이날 오전 대국민담화를 통해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본인의 임기와 정국수습 방안을 여당에 일임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임기단축과 2선 퇴진 선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담화 직후 “윤 대통령의 조기퇴진은 불가피하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조경태 의원 등 탄핵찬성에 기울었던 국민의힘내 일부 비윤 의원들이 대통령 담화후 부결로 돌아섰다. 반면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국민 배신감과 분노를 더 키우는 발언”이라며 “대통령의 즉각 사퇴 아니면 탄핵에 의한 조기 퇴진 외에 이 사태를 해결할 길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제 정국의 키는 여당이 쥐게 됐다. 윤 대통령의 잔여 임기와 다음 대선 일정, 그 기간의 국정운영에 대해 분명한 로드맵을 최대한 빨리 제시해 야당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로드맵 제시가 늦어지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경우 이날 대통령 담화의 진정성은 의심받게 될 것이다. 야당은 전면적인 정권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고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과 반대하는 국민들이 거리에서 충돌하는 사태가 예상된다.

대통령의 2선 퇴진은 대통령직의 유고, 사실상 궐위나 다름없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최고 핵심기능에 해당하는 대통령이 장기간 기능부전 사태에 놓인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비정상이다. 비정상 상황이 기약없이 지속될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국가신인도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당은 정치적 유불리보다는 국가기능 정상화를 최우선에 놓고 평균적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차기 대선 일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는 야당을 설득할 수도 없다.

윤 대통령의 2선 퇴진 기간중 국정을 어떻게 끌고갈지도 중요하다. 이날 한동훈 대표는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민심과 국정 수습책을 논의했다. 대통령 유고 상황에서는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해야 한다. 대통령에 준하는 권한을 갖는 책임총리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금 내각은 계엄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으로 인해 국민 신뢰를 상실했다. 비상거국내각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야권이 어떤 입장을 택하는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날 탄핵안이 무산되자 야당은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임시국회에서 다시 탄핵안 통과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의 울분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약속하고 여당이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마당에 이 상황을 타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날 또 다시 부결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처럼 법안 상정과 부결, 재상정과 재부결의 무한반복이 이어질 뿐이다. 그보다는 너무 길지 않은 과도기간에 합의한후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것이다. 국가적 위기를 맞아 거국내각 구성에 참여함으로서 국정마저 표류하는 사태를 막는 것, 탄핵과 반핵 시위로 국민이 쪼개지지 않게 하는 성숙된 제1당의 자세가 필요하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두명의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되었고 그중 1명은 최종 탄핵되었다. 급기야 45년만에 계엄이 선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이 1987년 헌정 체제가 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계엄 사태 이전에도 정치권에서는 임기단축 개헌 논의가 무성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로 가장 중요한 임기단축 요건이 충족되었다. 여야가 의지를 보인다면 단축 임기 기간중 개헌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2선 퇴진은 불행한 사태임에 분명하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역사가 요구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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