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수출이 통제되는 반도체 품목에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시켰다. 현재 생산 중인 일정 사양 이상 모든 HBM이 통제 대상에 들어가며 이 제품을 미국이 지정한 무기금수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상무부 허가가 있어야 한다. 무기금수국에는 24개국이 포함되지만 사실상 중국의 인공지능(AI) 개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HBM은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핵심적인 부품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과점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 기술을 사용한 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등 대중 반도체 수출을 조여오는 중인데 이번에 그 대상이 추가된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당장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와 산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 대부분은 AI 칩 선두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에 납품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부 저사양 HBM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비중이 크지 않고 수출금지 사양에 해당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HBM과 함께 새로운 수출통제 품목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 24종, 관련 소프트웨어 3종이 추가되었는데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은 극소수라고 한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반도체가 핵심 변수로 인식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가 7나노 첨단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등 중국은 무섭게 따라오고 있다.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반도체 기술 및 수출통제 강도를 한층 높이려 들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에 2가지 부담으로 작용한다. 첫째 반도체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팔지 못하면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지금은 HBM 공급이 달리지만 계속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둘째 수출통제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오히려 자극해 중국이 첨단 제품에서도 한국을 넘어설 가능성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서 예상되는 떡고물을 기대하기보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