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38억달러·엔화 5억달러·유로 3억달러↓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6년만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 고환율 흐름 속 외화예금이 석 달 만에 하락했다. 원화값 약세가 이어지자 달러, 엔화,유로화 등 외화를 환전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월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월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거주자 외화 예금잔액은 전월 대비 49억1000만 달러 감소한 985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984억300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과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외화 예금을 의미한다.
통화별로 보면 달러화 예금은 845억2000만달러로 1월 말(883억1000만달러)보다 37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비싼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려는 유인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 예금도 전월 대비 5억3000만달러 감소한 77억6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 또한 엔화 강세로 인한 차익실현이 늘었기 때문이다. 100엔당 재정환율은 1월 말 939.0원에서 975.4원으로 상승한 바 있다.
유로화 예금은 일부 기업의 현물화 순매도 등으로 44억5000만달러에서 41억6000만달러로 줄었다. 중국 위안화 예금은 11억6000만달러에서 9억5000만달러로 감소했다.
신상호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원화 절하로 다른 통화 가치가 오르자 거주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외화예금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예금 감소세는 3월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28일 1466.5원까지 오르며 한 달 새 3.1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유로 환율은 1583.8원, 원·위안 환율은 201.7원으로 오르는 등 전반적인 외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원·엔 환율만 972.8원으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다.
한편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고점을 높이던 환율이 4월 1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4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4원 넘게 떨어졌다. 오전 1476원대까지 상승했던 환율이 오후 2시 기준 1471.4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