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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에서 황금알 거위로…어게인, 인보사의 꿈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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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이 재기의 날개를 폈다. 2019년 상장폐지까지 몰렸던 코오롱티슈진은 최근 2년간 주가가 5배 이상 오르며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코오롱티슈진의 굴곡진 운명은 주가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 회사 상장 이후 주가 그래프는 마치 고원을 닮았다. 비유하자면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다시 천당을 향해 올라가는 모양새다.

거래 재개 뒤 주가 5배 폭등

2028년 미국 품목허가 기대감

2017년 새로운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내놓자마자 기대감은 극에 달했고 주가는 치솟았다. 그러나 영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임상 오류와 부작용 가능성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2018년 1월 최고 15만원을 찍었던 주가는 2019년 5월 거래정지로 막을 내렸다. 그나마 상장폐지를 피한 게 다행일 만큼 회사는 위태로웠다. 2022년 10월 3년 5개월 만에 극적으로 거래가 재개됐지만 주가는 7700원까지 추락했다.

바닥을 경험한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탄 건 지난해 말부터다. 꿈틀꿈틀 올라서더니 지난 3월 18일 기준 5만6000원을 돌파하며 거래 재개 뒤 최고가를 썼다. 1조원 아래로 추락한 시가총액도 4조원대로 올라섰다. 1만원 아래서 담았던 투자자는 5배의 달콤한 수익을 맛본, ‘보기 드문’ 차트를 형성한 것이다.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건 주가만이 아니다. 최근 발행한 565억원 규모 CB(전환사채)에도 투심이 몰렸다.

지난 3월 11일(현지 시간)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본사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주가 상승 이유를 확인시켜줬다. 이른바 ‘인보사 사태’ 이후 다시 임상을 거치고 있는 ‘TG-C(인보사의 성분명)’가 미국 품목허가(BLA·Biologics License Application)에 가깝게 다가섰기 때문이다. TG-C는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기존 진통제나 스테로이드 주사, 인공관절 수술에 의존했던 환자에게 근본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신약으로 평가받는다. 이 제품은 사람 연골세포로 구성된 1액과 연골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관절 내 통증 원인이 되는 염증을 완화할 수 있는 유전자 TGF-β1이 포함된 2액으로 구성돼 있다. 이 두 가지 액을 혼합해 무릎에 한 번 주사하면 약 2년간 효과가 지속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노 대표는 간담회에서 “2028년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년 정도 기다려 임상시험에서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효과를 확인하면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노 대표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3상에서 임상 2상 결과나 한국에서 했던 (임상) 결과만 재현돼도 품목허가를 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험난한 고개를 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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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회장 넷째 아들 ‘인보사’

임상 오류에 26년 투자 또 투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슬하 1남 2녀 외 넷째 자식이 있다고 말한다. 1999년생으로 올해 26살인 넷째는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다. 이 명예회장은 인생 3분의 1을 투자한 신약 인보사(TG-C)를 자식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관절염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인보사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주사액 성분 착오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에서 추출한 연골세포(제1액, 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제2액, TC)를 3:1의 비율로 섞어 관절에 주사하는 형태다. 그런데 2액에 사용된 세포가 애초에 허가받은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에서 유래한 세포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식약처는 2019년 허가를 취소했다. 미국에서 진행하던 임상 과정도 일시 중단됐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년간 과학적 검증을 거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임상 재개를 허용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신장 유래 세포로 변경된 특허를 내고 2020년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했다. 이듬해부터 환자를 모집해 2024년 7월 약 1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을 마쳤다. 2년간 추적관찰을 진행하고 데이터 분석 기간을 거쳐 품목허가 신청에 나선다.

증권가는 ① FDA 검토 끝에 임상이 재개됐다는 점 ②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론자와의 협업 등을 이유로 안전성과 품질 우려가 해소됐다고 판단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문제가 됐던 인보사 CMC(화학·제조·품질)는 론자를 통해 해소될 것”이라며 “과거 세포 관련 리스크가 불거지며 임상이 중단됐지만 미국 임상은 재개됐고 최근 FDA와 진행한 CMC 관련 사전 미팅에서도 이슈 없음을 확인받았다”고 했다.

코오롱티슈진은 TG-C 초기 물량을 론자의 싱가포르 생산시설에 위탁할 방침이다.

노 대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로서 리스크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신장에서 유래한 형질 전환 세포라는 것을 확인하고 2019년 FDA에 보고한 뒤 (임상이) 보류가 됐으나, 이후 FDA에서 충분한 심사를 거치고 나서 임상 재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FDA의) 일차적인 검토는 한번 거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 임상 3상 투약에 사용된 코오롱티슈진 TG-C 임상 시료. (코오롱티슈진 제공)
미국 임상 3상 투약에 사용된 코오롱티슈진 TG-C 임상 시료. (코오롱티슈진 제공)

인보사의 새 이름 TG-C

내부선 4조원 매출 전망

효능을 가늠할 수 있는 장기 추적 결과도 긍정적이다. 2023년 국제연골재생및관절보존학회(ICRS)가 공개한 15년 장기 추적 결과를 보면, TG-C를 투여받은 환자(33명) 중 26명(79%)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TG-C에 의한 통증 감소와 연골 재생 효과가 최대 15년간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간접적인 추정이다.

오는 4월 공개될 TG-C의 2상 추적 결과 데이터도 기대를 모은다. 코오롱티슈진은 4월 24~2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세계골관절염학회(OARSI)에서 데이터를 발표한다. 증권가와 제약 업계는 앞선 데이터와 유사한 결과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TG-C를 향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 2월 발간된 골관절염(OA) 신약 개발 리뷰 논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제(DMOAD·Disease-Modifying OsteoArthritis Drug)로 긍정적인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한 신약 후보는 TG-C가 유일하다.

골관절염 치료제는 이제 개화하는 시장이다. 전 세계 골관절염 환자는 2020년 기준 약 6억명이다.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고 일시적인 증상 완화만 가능하다. 확실한 치료법은 인공관절 수술이다. 하지만 관절 교체술은 감염 위험을 초래하고 특정 질환 환자는 시술받기가 어렵다.

코오롱티슈진이 진출하려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7개국의 골관절염 환자는 약 42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절반가량이 TG-C의 직접적인 대상자다. 비만 등 현대인을 괴롭히는 상당수 질환이 골관절염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82억달러(약 12조원)에서 연평균 8.4% 성장해 2032년 184억달러(약 2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코오롱티슈진 내부에선 TG-C가 FDA 품목허가를 받고 미국 시장에 정식 출시될 경우 연간 4조원대 매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관절염 시장이 워낙 큰 데다 이제까지 없던 약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FDA는 골관절염 신약을 승인할 때 통증 완화 입증을 중요하게 여긴다. 추가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손상된 연골이 두꺼워졌음을 입증한다면 질병을 조절하는 골관절염 치료제로 지정받을 수 있다. 노 대표는 “초기 단계에서 시장을 100% 장악하지는 못하겠지만, 점진적으로 확대될 경우 4조원 이상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출시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보험 적용 전 1만~2만달러(약 1400만~2800만원) 수준을 고려한다. 노 대표는 “미국은 개인 보험으로 (의료) 보장이 대부분 되기 때문에 메디케이드(고령자용 건강보험)에 더해 보험회사들과 협상을 통해 저희 제품이 보험이 적용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출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사라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비켜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TG-C의 경우 미국 업체들과 경쟁이 없다. 노 대표는 “우리 제품은 외국 경쟁과는 무관한 품목”이라며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하냐는 관점에서 봤을 때도 세포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그리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측면에서도 (인보사 생산이 이뤄지는) 싱가포르는 대미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정부도 1기 때처럼 신약 승인 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 FDA 신약 승인 건수는 트럼프 집권 1기 이전인 2008~2017년 연평균 36건이었다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2019년 1.5배 수준인 55건으로 늘었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 올해는 FDA 신약 허가 건수가 70건 정도로 더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 코오롱티슈진은 TG-C의 적응증(치료 대상)을 고관절, 척추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증권가는 피크세일즈(시장 진입 후 최대 매출) 기준 70억~82억달러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위 애널리스트는 “보수적으로 70억달러(약 10조원)의 피크세일즈를 기록한다고 가정하고 일반적인 빅파마의 영업이익률인 55%를 대입할 경우, 피크세일즈 달성 시 영업이익은 5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코오롱티슈진은 판매 네트워크를 보유한 빅파마를 통해 치료제를 판매할 예정이라, 판관비 지출은 현재 수준으로 추정되며 영업이익률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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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출시 가능성 미지수

식약처·코오롱 소송 대법원行

“외국에서 승인받거나 허가받은 것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도 허가받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이 같은 사례가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 케이스가 특허와 의약품이다. 중동이나 남미 일부 지역은 미국이나 유럽 또는 일본에서 허가받은 제품을 간소화해 허가해주는 규정이 있지만, 바로 해주는 경우는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 재출시 부분은 한국 식약처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FDA 허가를 받았으니 당연히 되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생각이다. 그 부분은 장기적으로 (식약처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TG-C 국내 출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노 대표가 내놓은 답변이다. 판매 중단을 내렸던 식약처 판단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인보사(TG-C) 사태’ 관련 진행 중인 재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식약처와 TG-C 국내 라이선스를 가진 코오롱생명과학 간 행정소송이다. 2019년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를 두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월 상고장을 제출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뒤집을 경우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에서 TG-C를 판매할 수 있다. 반면 하급심 판단을 유지할 시 판매를 위한 인허가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대법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지난해 11월 이웅열 명예회장 1심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초 검찰은 이 명예회장이 성분 차이를 알면서도 고의로 은폐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고의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모두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검찰 수사와 기소가 다소 무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기계적이고 과도한 사법적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 이후 미국과 한국의 조치와 진행 경과는 사뭇 다르다”며 “미국 FDA는 인보사에 들어간 세포 기원 착오 원인이 무엇이고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과학적 관점에서 검토한 후 임상 3상 실험을 승인했다. 반면 한국은 형사 소추가 이뤄져 수년간 형사 재판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심 판결이 최종적으로 유지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1심 재판부 판단과 대법원 최종 판단이 동일하다면 수년에 걸쳐 막대한 인원이 투입된 이번 소송의 의미는 무엇인지, 과학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2호 (2025.03.26~2025.04.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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