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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정승환의 재계프리즘] 코오롱 인보사에 담긴 기업인의 꿈

정승환 기자
입력 : 
2024-12-29 17:36:19
수정 : 
2024-12-29 23: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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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선대회장이 20일 '2024 대한민국 기업가 명예의전당'에 헌액되었으며, 그는 해방 이후 국민 생활 향상을 위해 기업을 세운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인보사 사태로 패소와 기소에 시달린 코오롱은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손상된 회사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고령화 사회에서 증가하는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개발되었으며, 현재 글로벌 시장을 향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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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牛汀)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선대회장이 지난 20일 매일경제·한국경영학회 주최 '2024 대한민국 기업가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그는 해방 후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헐벗은 국민에게 따뜻한 옷을 입히는 것이 애국이라는 신념으로 기업을 일으켰다. 1957년 코오롱 모태인 한국나이롱을 창립해 섬유 산업으로 국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우정은 "기업은 국가, 국민과 함께 잘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이를 실천해왔다. 이날 헌액식엔 우정의 손자인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을 비롯해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김영범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 최고경영자(CEO) 10여 명이 참석했다.

주요 회사 임원들도 함께했다. 코오롱 CEO와 임원들에겐 이날 헌액식이 남달랐다. 선대회장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신 CEO, 최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인보사(현 TG-C)에 안도하며 선대회장의 경영 이념을 되새겨보게 됐다는 경영자도 있었다. '대한민국 기업가 명예의전당'이 인보사로 실추됐던 회사에 명예 회복 기회를 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인보사는 고령화사회에서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극심한 고통에서 해방시키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인간 생활의 풍요와 인류 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하자"고 강조했던 이 선대회장의 경영이 "세계에서 하나뿐인 최고 상품을 만들자"는 이웅열 명예회장의 '원&온리' 경영 이념으로 이어지며 인보사가 탄생했다. 인보사는 코오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2017년 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기존 주사제나 수술법과 달리 단 한 번의 주사 투여로 최소 1년 이상 통증 완화와 관절 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

인보사 사태는 2019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과정에서 세포 성분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최초 보고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2020년 7월 검찰은 코오롱과 이 명예회장, 임원들을 인보사 성분을 속이고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은 4년 넘게 진행됐다. 코오롱은 이 기간 소송에 끌려다니며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다. 소송만 아니었다면 연구개발(R&D)이나 신규 사업 같은 회사 미래를 위해 쓰였을 돈이다.

지난달 1심 법원은 검찰 기소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회계처리, 자본시장법, 배임 등 7개 혐의 모두 무죄였다. 회계의 경우 기업활동이 복잡해짐에 따라 세부적 지침을 제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게 재판부 논리였다. 법원은 또한 미국과 한국의 접근 방식을 비교하며 "과학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 임상 3상은 잠시 보류됐으나, 현재 임상 3상 추적관찰과 품목허가 절차만이 남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2019년 5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고 현재 행정소송 중이다.

인보사 사태를 보면 응원보다 비난에 급급한 국내 현실이 안타깝다. 1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손상된 회사 명예와 구성원들의 자존심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희망은 있다. 인보사가 과거 오명을 벗고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승부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는 기업인들의 꿈과 노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승환 재계·ESG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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