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老)맨스가 필요할 땐?
‘시니어 놀이터’의 약자를 따서 2023년 3월 창업한 스타트업 ‘시놀’의 슬로건이다. 창업 8개월 만에 회원 수 2만명을 돌파했고 유료화에도 성공, 2024년 초에는 월매출액 1000만원을 넘겼다. 또다시 1년여가 지난 올해 3월 기준 시놀 회원 수는 9만명, 월매출도 6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렇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이유는 5070 이성 친구 매칭 서비스 ‘시럽’과 취미 모임 동호회 플랫폼 ‘시놀’이 시니어층에서 동시에 유행하면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내놓은 AI 말벗 서비스 ‘79전화’ 역시 인기다. 언제든지 AI와 친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
김민지 시놀 대표는 “말벗은 ‘김시연’과 ‘에이미(Amy)’ 2명 중 선택할 수 있다. 기존 타 서비스에서 자주 지적됐던 어색한 발음이나 일방적인 대화를 넘어 장기 기억을 보유한 김시연과 에이미가 자녀보다 살가운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면서 “회원들 이야기를 기억하고 감정을 공감하며 일상의 소소한 대화부터 깊은 고민 상담까지 가능해 큰 인기”라고 자랑했다.
# 이촌역에서 5분 정도 걸었을까. 한 상가 건물 2층 문을 열자 딴 세상이 펼쳐진다. 아늑한 실내 인테리어에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특급 호텔에 들어갔을 때 맡을 수 있는 고급진 향도 느껴진다. 스타트업 지냄이 만든 액티브 시니어 특화 공간 ‘고요웰니스’다. 우선 매니저 안내를 받아 건강 상태부터 알아봤다. 체성분 상태를 알아보는 인바디는 기본. 여기에 더해 거북목·일자목이나 골반 틀어짐, 척추 측만 정도까지 3D 형태로 보여주는 ‘모티피지오’ 기기를 통해 평소 얼마나 등이 굽어 있는지까지 정확한 각도로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고, 뭉친 근육이 있으니 어디를 어떻게 풀어줄지 등 다양한 설명을 듣는다. 운동과 마사지가 끝나면 ‘온열디톡스’룸에서 찜질로 마무리할 수 있다.
지냄 관계자는 “최근 고령층 출입을 거부하는 ‘노실버존(No Silver Zone)’이 헬스장 등 스포츠 시설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오히려 액티브 시니어 특화 운동 공간,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으로 차별화했더니 주중, 주말 예약 잡기가 빠듯할 정도”라며 “중장년층 고객이 건강관리, 운동, 휴식을 한곳에서 다 해결할 수 있게 설계했다는 점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요웰니스는 지난해 반포점, 은평점을 추가로 열었고 올해는 가맹점도 받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사회(노인 인구 20% 돌파)에 진입했다. 더불어 시니어 산업이 더욱 주목을 받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물꼬만 트이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시니어 산업 성장세 뚜렷
2030년 168조 시장 성장
급격한 고령화 속도는 시니어 시장에서는 ‘호재’다. 그만큼 수요가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72조원 규모였던 국내 실버 산업 시장은 2030년 168조원으로 두 배 이상 커질 전망(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이다.
새롭게 중장년층에 진입하는 세대의 씀씀이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학계와 각종 기관이 이들에게 ‘액티브 시니어, W(Wisdom·Wealth·Well-being)세대’ ‘GG(Grand Generation)세대’ 등 다양한 용어를 부여하며 연구하고 있다. 참고로 W세대란 자산과 소비 의욕을 갖춘 이들을, GG세대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후에도 왕성한 경제, 사회, 여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1950~1971년생 시니어를 지칭한다. 이들은 이전 세대 대비 높은 구매력과 적극적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2023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재산을 사용하겠다’는 비중은 24.2%로 조사됐다. 2011년 9% 대비 2.7배 높아진 수치로 ‘본인에게 쓰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AI·IoT 등 기술 발전도 이 시장 성장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보람 서드에이지 대표는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디지털과 첨단 기술을 활용한 요양·돌봄 서비스 기업이 급성장 중”이라며 “기술 혁신이 접목된 시니어 산업은 앞으로 한국 경제의 큰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지유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0호 (2025.03.06~2025.03.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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