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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기회, 요노族 잡아라

욜로에서 요노로 Y·O·N·O [스페셜리포트]

불황 속 기회, 요노族 잡아라

‘묶음 상품’ ‘광고형 요금제’ 속속

기업들은 이런 요노 소비 트렌드를 읽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넷플릭스는 2022년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월 5500원)를 선보였다. 광고형 요금제는 영상 중간에 15~30초 길이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기존 요금보다 가격을 낮춘 요금제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국내 신규 가입자 중 55%가 이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 가입자 수는 전 분기 대비 30% 늘었다. 반면 OTT 확산과 요노 소비가 맞물려 정체기를 맞은 국내 인터넷(IP)TV 3사는 OTT 플랫폼과 결합한 상품을 내놓는 등 이용자 잡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LG유플러스는 디즈니플러스와 손을 잡고 결합 상품을 내놓는다. KT도 IPTV 이용료와 OTT 이용료가 결합된 다양한 할인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무료 음악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이용자도 부쩍 늘었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스포티파이’ 월간 이용자 수(MAU)는 128만명을 기록했다. 스포티파이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다. 전달 9월 스포티파이가 오디오 형식 광고를 청취하면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스포티파이 프리’를 출시한 뒤로 한 달 만에 이용자가 56% 급증했다. 광고 기반 무료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원 플랫폼은 국내에서 스포티파이가 유일하다. 대학원생 기선명 씨(28)는 “유료로 이용하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하고 유튜브 프리미엄(유튜브뮤직 포함)을 이용해왔는데 이마저도 요금이 오른 뒤엔 해지하고 스포티파이를 무료로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는 ‘박리다매’ 경쟁이 붙었다. 요노 소비가 지속되자 저마다 1000원 이하 초저가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잡기에 나선 것. 가격 경쟁은 100원, 10원 단위까지 세분화된 상황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근 990원짜리 땡초어묵 삼각김밥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내놓은 1000원짜리 매콤어묵 삼각김밥보다 10원 더 저렴하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15일 800원짜리 커피 음료인 ‘세븐셀렉트 착한 아메리카노’를 선보였다. 900원짜리 파우치 음료, 지난해 말 내놓은 1000원 콘칩에 이은 초저가 제품이다.

초저가 상품은 판매 실적도 좋다. CU의 개당 290원짜리 캡슐커피는 2주 만에 1000개 판매됐고, GS25가 지난해 선보인 550원짜리 라면은 45만개 팔렸다. 세븐일레븐의 900원짜리 파우치 음료는 6개월 동안 100만개 넘게 팔렸다. 지난해 GS25 1000원 이하 상품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46.5%다. CU의 1000원 이하 상품 매출 신장률은 29.8%로 3년 새 최고치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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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소비’와는 달라

놀이로 승화…티끌 모아 “쓸 땐 쓴다”

독특한 점은 2030세대들이 요노 소비를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즐거운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SNS에서 유행해온 ‘무지출 챌린지’나 ‘거지방(무지출을 인증하는 채팅방)’ 등이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점심은 직접 싸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커피는 회사 탕비실에서 해결하는 식이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무지출 챌린지를 검색하면 1만5000개 넘는 인증 게시물이 나오고, 이를 주제로 하는 유튜브 영상이 조회 수 수십 만, 100만을 넘어가기 일쑤다. 금융 앱들은 ‘무지출일’을 달력 형식으로 보여줘 절약을 독려한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소비 경향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무지출’과 ‘무소비’ 관련 언급량이 2022년 상반기 대비 85% 늘었으며 ‘플렉스’ ‘욜로’ 관련 언급량은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의 단면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절약을 놀이로 승화하는 소비 방식이라고 본다. 전미영 연구위원은 “SNS, 앱 등보다 재미있고 현명하게 절약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자기효능감도 높이는 방법”이라며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젊은 세대에 요노 소비는 감춰야 할 습관이 아닌, 과시할 만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풀이했다.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절약이 아니라 쓸 땐 쓰면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추구한다는 점도 요노의 또 다른 특징이다. 여행이 대표적이다. 고물가·고환율 부담 속에서, 요노족은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단거리 여행지(일본·동남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이리얼트립에 따르면 최근 장거리 여행 비용에 대한 부담과 높은 원달러 환율로 인해 단거리 여행지의 예약 비중이 늘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단거리(일본, 동남아 등) 여행지 예약 비중은 68%까지 성장했다.

가심비를 챙기는 요노 소비는 취미·교육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취미·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에 따르면 최근에는 단순 원데이 클래스보다는 ‘삶의 방향성’과 연결되는 장기적인 경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승진과 연봉 상승을 위한 자기계발 클래스, 결혼을 고려한 진지한 만남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이 빠르게 매진된다. 겨울 자작나무 숲 트레킹처럼 건강, 트렌드, SNS 공유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매일 70명 넘게 몰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프립 관계자는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해볼 만한 경험’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손해일 것 같은 경험’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또 독서 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에 따르면 최근 인기를 끄는 독서 모임은 금융·경제나 철학, 심리학, 문학을 주제로 하는 모임이다. 과거에는 재테크, 투자 등 실용적인 주제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거시·글로벌 경제 흐름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트레바리 관계자는 “요노 트렌드는 최소한의 소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수호·정다운·조동현 기자 김연수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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