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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계와 위기 돌파 방법

나건웅 기자
입력 : 
2025-02-18 10: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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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도 못 피했다...프랜차이즈 상장 잔혹사 [스페셜리포트]

한계1 주주 vs 점주 딜레마

본사 이익 늘어나면 점주는 불만

그간 프랜차이즈 상장 잔혹사에서 불거진 공통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구조적인 한계를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주주’와 ‘점주’ 이해관계가 충돌된다는 것. 상장 기업 입장에서 주주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명제가 있다. 문제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점주’라는 특수한 이해관계자가 하나 더 있다는 점이다.

주주가 본사에 원하는 건 ‘이윤 추구’다. 회사가 성장하고 수익성이 개선돼야 주가도 오르고 배당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주는 다르다. 점주가 원하는 건 회사가 아니라 ‘가맹점 수익’을 높이는 것이다. 기업이 본사 이익만 추구하는 건 점주 입장에서 악재에 가깝다. 본사 이익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점주가 가져갈 몫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돈을 버는 구조를 보면 이해가 쉽다. 본사 매출은 가맹점주로부터 받는 ‘가맹금(로열티)’, 원부자재를 가맹점에 납품해 얻는 ‘물류 수익’, 그리고 신규 매장을 열 때 점주로부터 받는 ‘가맹비·교육비’ 등으로 구성된다. 본사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점주로부터 매달 받는 가맹금 또는 가맹점 납품 시 물류 마진을 높이거나 신규 매장을 계속 늘려야만 한다. 특히 매장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납품처가 늘어날 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에 힘입어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점주 이익에는 반하는 행위다. 로열티나 원부자재 가격을 높이면 점주 수익은 당장 줄어든다. 매장 개수가 늘어나는 점도 반갑지 않다.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날수록 점포당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기 쉽게 기존 점주가 운영하던 매장 인근에 동일 브랜드 매장이 하나 더 생기면 매출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점주와는 반대로 주주는 회사의 지속 성장을 바란다. 수익 개선을 위해 납품가를 올리고 매장 개수를 계속 늘리길 원한다. 점주와 동반 성장, 그리고 상생을 내세우는 본사는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에서 저가 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장사가 너무 안 돼 매달 적자를 고민하는 점주 입장에서, 본사 영업이익률이 40%가 넘는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허탈하기 짝이 없다”며 “점주 상생을 뒤로한 채 본사 이익만 쫓는 브랜드는 롱런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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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2 급변하는 외식 트렌드

매출 대부분, 특정 브랜드에 치중

두 번째 한계는 국내 외식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한다는 점이다. 당장 ‘대세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는 브랜드도 1~2년 뒤 미래를 예단하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평균 사업 영속 기간은 5년 정도에 불과하다. 사업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 보니 투자자나 주관사 입장에서는 섣불리 프랜차이즈 상장과 투자에 나서기 꺼려진다.

과거 성공 가도를 달리다 이제는 거래정지와 상장폐지에 직면한 기업 브랜드만 봐도 그렇다. 쪼끼쪼끼, 미스터피자, 연안식당 등이 대표적이다. 역사가 30년이 훌쩍 넘은 장수 브랜드 교촌치킨 역시 연이은 가격과 배달비 인상 논란에 휘말리며 사세가 위축됐다. 여타 산업 대비 외부 환경 변화에 특히 더 취약한 구조다.

더본코리아도 이 점을 인지했다. 기업공개 당시 ‘더본코리아는 다브랜드’라는 차별성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 있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25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가맹 사업뿐 아니라 간편식 등 식품·유통 사업과 호텔 사업을 함께 영위한다는 점도 기존 프랜차이즈 기업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더본코리아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더본코리아 가맹 사업 매출 비중은 전체 83.8%에 달한다. 다브랜드 전략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운영 브랜드는 많지만 정작 수익원은 몇몇 브랜드에 집중돼 있다.

빽다방이 전체 가맹 사업 매출 44.6%, 홍콩반점0410이 15.2%를 차지한다. 두 브랜드가 전체 매출 60%에 육박한다. 빽다방 매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잇달아 후속 브랜드를 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빽보이피자(202개) 정도를 제외하면 2020년 이후 신규 론칭한 7개 브랜드 중 존재감을 나타내는 곳은 많지 않다. 오히려 브랜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접은 프랜차이즈가 여럿이다. 더본코리아는 지금까지 누적 기준 50개 브랜드를 열었지만 현재 남은 브랜드는 절반 수준이다.

결국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가공식품과 소스류 유통 사업 확장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빽햄 논란으로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상장으로 유입된 자금으로 도소매 전문 식품 기업과 푸드테크 기업을 인수합병하겠다고 말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계3 가맹점주 리스크

집단행동·소송 휘말릴 가능성

‘점주 갈등’도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중 하나다. 프랜차이즈 사업 기반이 되는 ‘가맹점주’가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사업이 어려워진 프랜차이즈도 여럿이다.

당장 더본코리아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연돈볼카츠’ 가맹점주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를 신고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며 갈등을 빚었다.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터진 대형 악재였다.

당시 점주들은 본사가 매장 수익성 악화를 방치한 채 가맹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가맹 전 본사가 약속한 액수에 턱없이 못 미치는 매출을 받아 든 점주 분노가 신고까지 이어졌다. 더본코리아와 백 대표는 점주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허위·과장된 매출이나 수익률을 약속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원재료 공급가를 인하하는 등 상생 노력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점주와 갈등이 프랜차이즈 실적에 직격탄을 날리는 사례도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차액가맹금 소송’ 이슈가 좋은 예다. 차액가맹금은 점주에게 원부자재 납품 시 본사가 붙이는 웃돈을 말한다. 가맹점주는 ‘점주와 협의되지 않은 사항으로 부당이득’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최근 본사를 상대로 잇따라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 나서고 있다. 소송에 패소할 경우 프랜

차이즈 본사는 저마다 막대한 액수를 점주에게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인다. 2심까지 패소한 한국피자헛의 경우 소송을 거치며 본사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1월 더본코리아 코스피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북을 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1월 더본코리아 코스피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북을 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계4 오너 리스크도 더 커

백종원 대표 스타성 ‘양날의 검’

여타 업종과 비교하면, 프랜차이즈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오너 리스크’도 더 크다. 대부분 국내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였던 개인이 이른바 ‘대박’을 터뜨려 가맹점이 급증하는 식으로 성장해왔다. 창업자 경영 지배력이 절대적인 만큼 오너 리스크에도 더 취약한 구조다.

F&B 프랜차이즈는 소비자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전형적인 B2C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오너 리스크 발발 때 ‘불매 운동’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된 전례가 여럿이다. 예를 들어 오너 일가의 경비원 폭행, 가맹점 갑질, 횡령 등 이슈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많다.

더본코리아는 특히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간 백 대표 스타성에 의존해 성장한 브랜드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빽다방을 비롯해 브랜드 이름에 ‘빽’ 또는 ‘백종원’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백 대표의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는, 위기 때는 오히려 기업가치를 위협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었다지만, 그동안 방송 노출이 워낙 많았던 만큼 대중이 악의를 갖고 파다 보면 문제가 될 만한 이슈가 하나둘 터질 수 있다. 이번 빽햄 논란을 키운 이유도 과거 백 대표 발언과 모순되는 지점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최고경영자인 백 대표가 영상을 통해 직접 해명하는 현 더본코리아 방식은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위기 돌파, 어떻게?

해외 진출·M&A로 활로 찾아야

더본코리아, 나아가 국내 프랜차이즈가 상장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외 진출’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좁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주주와 국내 점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기업 성장 방식이다. 해외에서 K푸드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요즘이 ‘적시’라는 평가가 나온다.

백 대표 역시 그동안 해외 사업 확대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미국·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몽골 등 해외 14개국에서 약 15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빽다방, 새마을식당, 홍콩반점0410 등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해 있다. 호재도 있다. 흑백요리사가 글로벌 히트로 기록하며 세계 무대에서 백 대표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더본코리아 해외 매출 비중이 3%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 보면 가야 할 길은 멀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역시 해법으로 꼽힌다. 현재 더본코리아는 대부분 외부 기업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식품 기업이나 푸드테크 기업 인수로 향후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면, 가맹점주 납품가 절감을 비롯해 여러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레시피 유출 우려도 사라진다.

자체 기획 브랜드를 늘려가는 대신 성장성이 검증된 유망 브랜드 인수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자영업 고수 매칭 플랫폼 ‘창톡’을 운영하는 노승욱 대표는 “성공한 외식 창업가가 제2, 제3의 브랜드를 연이어 성공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국내 외식 시장은 트렌드가 매우 빨리 바뀌는 만큼, 이전 브랜드 성공 비결이 계속 통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신규 브랜드를 새로 만들기보다, 신흥 중소 브랜드를 인수해 외형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좋은 여론이 형성된 만큼, 수익 개선보다는 이미지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외식 프랜차이즈는 수많은 업종 중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중요도가 가장 높은 산업이다. 다른 업종처럼 무조건 ‘경영 합리화’만 내세우다가는 업체가 가진 경쟁력 자체가 사라진다. 품질·서비스·고객관리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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