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도 내부통제 허점
송금 당일에 위험평가 완화
송금 당일에 위험평가 완화
4일 금감원이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은행의 해외 자회사 건전성·리스크 관리는 물론 내부통제에서도 허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2018년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사들여 2대주주가 됐고, 2020년에는 총 67.6%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부코핀이 인수 당시부터 적자를 내고 있던 기업인 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국민은행은 인수 이후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내려진 위험도 평가가 부실했고, 리스크관리위원회 검토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20년 지분을 추가 인수할 때 2000억원을 투입했는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평가를 사실상 건너뛰었다. 송금일 아침에 이사회에 필요성을 보고하는 수준이었는데, 사실상 이미 자금 지원을 결정하고 요식행위로 이사회에 알려만 줬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선행됐어야 할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송금이 이뤄진 뒤 사후적으로 개최됐고, 결국 국가별 위험도(익스포저) 한도 기준을 맞추지 못해 당일 한도를 상향하는 꼼수도 나왔다. 금감원은 "자회사가 소재한 국가는 2개월 전 내부 기준상 요주의 국가로 분류돼 리스크 한도가 축소됐는데도 자금을 송금하기 위해 한도를 상향했다"고 지적했다.
미흡한 내부통제로 인한 도덕적 해이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영업점 팀장은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을 도와 89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줬다. 일부 대출과 관련해선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까지 확인됐다.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