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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매 물건 최다…내집마련은 그곳이 좋다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강승태 감정평가사
입력 : 
2025-01-21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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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의 진주를 찾아서…
전국적으로 아파트 경매 물건이 쏟아지는 시기에는 경매를 통한 내집마련을 고려해볼 만하다. (윤관식 기자)
전국적으로 아파트 경매 물건이 쏟아지는 시기에는 경매를 통한 내집마련을 고려해볼 만하다. (윤관식 기자)

2025년 1월 6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경매3계.

경매 법정에는 연초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끌었던 물건은 단연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에 위치한 알파리움. 판교 한복판에 위치한 전용 129㎡ 아파트가 경매로 나오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감정 가격은 21억3000만원으로 현재 시세와 비교하면 다소 저렴한 편이다. 해당 물건은 지난해 12월 23억7000만원, 2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금 나온 매물은 대부분 25억원 전후로 호가가 형성됐다. 감정가와 시세가 다소 차이 나는 이유가 있다. 감정평가 기준 시점이 2024년 1월로 당시는 부동산 시장이 워낙 얼어붙어 있던 시기였다.

알파리움은 이미 수도권에서 널리 알려질 만큼 유명한 단지다. 지하철 신분당선과 경강선 환승역인 판교와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했다. 새 아파트가 드문 판교에서 몇 안 되는 신축 아파트로 2015년 준공했다. 북서 측에는 판교IC가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는 현대백화점 등 상업시설이 잘 갖춰졌다. 북쪽에는 화랑공원과 판교테크노파크공원 등 공원도 자리 잡고 있어 실거주 용도로 손색이 없는 단지다.

이 물건이 관심을 받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권리분석에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소유자가 직접 점유하고 있어 향후 명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1회 유찰되면서 감정가 대비 30% 저렴해져 전세 가격 수준으로 최저 가격이 형성됐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해당 물건에는 무려 52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1월 첫 주 여러 부동산 경매 물건 중 최다 응찰자를 기록한 물건이 됐다. 낙찰가격은 21억1780만원으로 낙찰가율은 99.4%를 기록했다. 낙찰자 입장에서는 현 시세와 비교해 약 10% 저렴하게 알파리움을 구입하게 됐다.

경매 아파트 4년 만 최다

3510건으로 11월 대비 100건 증가

대출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지난해 12월 경매로 넘어간 전국 아파트가 49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공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의 ‘2024년 12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510건이다. 직전 11월(3408건)보다 3%(102건) 늘어난 것으로 2020년 11월(3593건) 이후 4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대전(115건) 아파트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3년 4월(125건) 이후 11년 8개월 만에 최다 진행 건수를 기록했다. 대구(288건)와 충남(260건), 충북(154건)에서도 지난해 월별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서 전국 낙찰률은 37.6%로 전월(38.4%)보다 0.8%포인트 떨어지고 낙찰가율은 84.5%로 11월(85.5%)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5.8명을 기록했다. 2022년 11월(5.3명) 이후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11월(48.3%) 대비 8.5%포인트 하락한 39.8%를 기록해 9개월 만에 40% 선이 무너졌다. 낙찰가율은 91.8%로 전월(94.9%)보다 3.1%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6.6명으로 11월과 비슷했다. 경기 아파트 낙찰률은 45.8%로 전달(41.8%)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85.6%로 전월(87.1%)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하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8.2명) 대비 0.7명이 줄어든 7.5명으로 집계됐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40.2%로 11월(40.3%)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낙찰가율은 84.4%로 전월(78.5%) 대비 5.9%포인트 상승했다. 신축급 또는 교통망이 개선되는 지역 내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면서 낙찰가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지지옥션 측은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얽히면서 수요자 관망세가 더욱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며 “비교적 강세를 유지하던 강남 3구 아파트도 한풀 꺾이면서 서울 전체 낙찰가율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경매로 내집마련 전략은?

올해 좋은 기회…조바심 버려야

전국 아파트 경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 경매를 통한 내집마련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경매는 권리분석이나 명도 과정에서 사용하는 시간과 비용, 노력 등이 많이 든다. 시세 대비 95% 이상 가격에 낙찰받는다면 차라리 급매로 사는 게 더 낫다. 반면 괜찮은 매물을 시세 대비 90% 수준에 매수할 수 있다면 경매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는 오래된 속설이 있다. 경매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을 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출 규제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경매 매물도 쌓여가고 있다. 즉, 올해 상반기부터 부동산 경매를 고민하는 사람에겐 좋은 물건을 얻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여러 가지 있다.

일단 기본적인 권리분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매는 절차나 권리분석 등 획득 과정이 까다롭다. 미리 공부하지 않고 섣불리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감정가를 너무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감정 당시 시장 분위기와 입찰 시점 간 시간 격차 때문이다. 경매 감정 가격은 통상적으로 약 6개월에서 1년 전 시세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올해 1월 경매로 나올 매물은 대부분 2023년 하반기 혹은 2024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감정가가 매겨졌다. 감정 가격을 기준으로 입찰 가격을 고민하지 말고 매물이 있는 현장을 돌며 시세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워낙 많은 물건이 쏟아지면서 전반적인 낙찰가율이나 낙찰가율이 하락 추세지만 오히려 인기 있는 물건도 있다. 이런 물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단지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3개월간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잠실·삼성·대치·청담에서는 17건의 아파트가 낙찰됐다. 이들 대다수 낙찰가율은 100%를 넘어섰다. 또 17건 중 10건(59%)은 단 한 번 유찰도 없이 낙찰됐으며 나머지 7건은 1회 유찰이다.

송파구 잠실동이나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이다. 압구정·여의도동 아파트지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등도 올해 4월 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연장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137㎡는 지난해 10월 감정가(34억1000만원) 대비 무려 16%(5억4521만원) 높은 약 40억원에 가까운 가격에 낙찰됐다. 13명이 응찰에 참여한 이 물건은 대치역을 사이로 은마아파트와 마주하고 있으며 강남권 신속통합기획 1호 단지다. 같은 면적 해당 아파트는 현재 36억원 수준에 호가가 형성됐다. 경매 낙찰 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이유는 경매가 갖고 있는 장점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거래가 가능하고 허가를 받은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경매를 통해 낙찰받으면 관련 의무가 면제된다.

지난해 12월 청담동 고급빌라 ‘브르넨’ 역시 경매로 나와 인기를 끌었다. 해당 물건은 복층 펜트하우스로 감정가(80억9000만원) 대비 높은 가격인 83억원(낙찰가율 102.6%)에 매각됐다. 잠실동 트리지움 역시 올해 1월 전용 60㎡가 감정가(19억2800만원) 대비 훨씬 높은 가격(20억7911만원, 낙찰가율 107.8%)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강남 입성을 노리는 실수요자라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등 인기 물건의 경우 유찰 없이 첫 회 입찰에 참가해 경쟁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매로 나올 매물이 역대급 수준으로 쏟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임의경매 신청 부동산(건물·토지·집합건물)은 13만9869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14만8701건) 이후 최대 규모다. 2023년 전체 임의경매 신청 건수(10만5614건)를 크게 웃돌고 2022년(6만5586건)과 비교해 두 배 수준으로 예상된다.

경매 신청 건수가 급증하면서 올해 2~3분기 경매 매물이 정점을 찍을 텐데 핵심 입지 물건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조바심을 내지 말고 적정 가격으로 낙찰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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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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